서는 것과 앉은 것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까
삶과 죽음의 사이는 어떻습니까
어느 해 포도나무는 숨을 멈추었습니다

사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살았습니다
우리는 건강보험도 없이 늙었습니다
너덜너덜 목 없는 빨래처럼 말라갔습니다
알아볼 수 있어 너무나 사무치던 몇몇 얼굴이 우리의 시간이었습니까
내가 당신을 죽였다면 나는 살아 있습니까
어느 날 창공을 올려다보면서 터뜨릴 울분이 아직도 있습니까






감상)겨울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그게 본래 제 모습인 듯 나뭇잎의 계절은 남의 계절이기라도 했던 듯. 겨울바람 속에 선 나무는 그대로가 솔직하다. 곧다. 마른 사람이 진실해 보이는 이유와 같은 것이다. 나뭇잎의 계절과 앙상한 가지의 계절 사이 나는 서 있다. 그대도 거기 서 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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