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오진’에 10여년 투병 수경이 부녀가 전하는 ‘행복 메시지’

▲ 12월 1일 경북일보 보도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수경이와 아버지 서인석씨가 11일 취재진과 인터뷰에 앞서 다정한 모습을 거닐고 있다. 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12월 1일 경북일보의 단독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뇌성마비 오진 때문에 10여 년 누워 지내며 투병한 수경(가명·20)이 가족이 그간의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2001년 뇌성마비로 진단받고 열다섯 살이 돼서야 ‘도파 반응성 근육긴장 이상’(세가와병)으로 밝혀진 이후 도파민 복용 일주일 만에 두 발로 우뚝 선 주인공입니다.



수경이가 두 살 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내 대신에 하나밖에 없는 딸을 지극정성으로 돌본 아버지 서인석(61)씨는 11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딸에게 죄책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는 “뇌성마비로 투병하면서 허리가 65도까지 돌아간 것도 제대로 봐주지 못해 딸이 척추측만증 수술까지 받아야 했고, 장애인으로 살다 보니 친구들이 다가오지 않아 그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도 받는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라는 말로 미안함을 대신했다.


수경이는 언론 보도 이후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이 부담스러웠지만, 오히려 기쁜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수경이는 “행복하다. 나처럼 아픔을 가진 환자나 부모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드릴 수 있어 기쁘기 그지없다”면서 활짝 웃었다.

수경이가 학교 동아리 모임에 간 사이 학창시절 앨범을 보여주던 아버지는 2012년 7월 수경이가 두 발로 우뚝 선 날을 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구 수성구의 한 물리치료사가 “뇌성마비가 아닌 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한 이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세가와병 진단을 받은 수경이는 도파민을 이틀 먹은 후 가누지 못했던 목을 일으켜 세웠고, 복용 일주일 후에는 제 발로 스스로 일어섰다. 아버지는 “설마 낫겠다 싶었는데, 수경이가 두 발로 걷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고 난리가 났었다”고 말했다.
수경이 아버지 서인석씨가 11일 대학병원 의사의 오진으로 10여년 누워 지낸 수경이의 사연을 세상에 처음 알린 12월 1일 자 경북일보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서씨는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고 아기도 낳고 해야 하는데, 도파민을 평생 먹어야 하는 수경이가 가엾다”면서도 “새로운 약이 개발돼 좋아질 것”이라고 털털한 웃음으로 자신했다.

수경이의 사연이 알려진 후 연락해온 환자와 부모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마음이 아픈 일이지만, 부모들이 지극정성으로 다하고 있으니 언젠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위로의 말도 보탰다.

‘오진’이라는 결과가 나온 후에도 지난 9월 법원이 1억 원이라는 손해배상 강제조정 결정을 내린 후에도 여전히 묵묵부답인 대구의 대학병원 의사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서씨는 “그동안 화가 많이 났었지만, 이제는 진심 어린 사과를 기다린다. 얼마든지 받아들일 마음이 준비됐다”고 했다.

아버지와 손을 꽉 잡고 대구의 한 골목길을 함께 거닌 수경이는 “아빠, 정성으로 길러주셔서 감사드리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요”라면서 수줍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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