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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석 새경북포럼 구미지역위원·정치학 박사
귀순한 북한 병사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중증외상센터’의 열악한 상황이 이국종 교수의 기자회견으로 국민적 관심을 모아 내년도 예산이 당초에 비해 대폭 증액되었다.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골든아워’는 중증외상환자에게는 금쪽같은 시간으로 환자의 생사를 결정짓는 귀중한 시간이다.

100세 시대, 무병장수는 많은 사람의 숙원이며 건강은 누구든 지키고 싶은 소망이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은 필수적으로 바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도움의 손길에서 의사의 역할과 존재의 가치가 소중함은 부인할 수 없다.

최고의 성적과 우수한 두뇌로 많은 시간을 투자한 후, 국가고시의 자격을 갖기까지 일반인의 몇 배 힘든 과정을 거친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자존감과 엘리트의식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직업을 통해 사회적 명성과 경제적 부를 얻기도 다른 직업에 비해 비교적 쉽다. 그런데도 어려운 외과의 길을 선택하여 오직 사명감 하나로 사경을 헤매는 환자들과의 고통을 감내하는 이국종 교수의 진심이 북한귀순 용사 수술로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중증외상센터’는 관심 밖이었다. 다른 사람의 건강을 위해 정작 자신은 과로로 한쪽 눈이 거의 실명 상태에 이른 것과, 부러진 어깨와 무릎부상에도 오직 환자를 살리겠다며 환자를 대하는 모습은 모든 이의 존경과 귀감의 대상이다.

의사는 환자의 질병을 치료함은 물론, 질병 속에서 두려워하는 환자의 고통을 치유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물질만능시대 돈을 좇고 이익을 찾는 일반적 군상의 의사들 속에서 유혹을 버리고 환자의 고통을 사명감으로 대할 수 있는 용기는 결코 쉽지 않다. 우리 모두가 질병과 외상의 잠재적 대상자라는 사실에서, 어쩌다 한번 찾는 대학병원은 병원인지 백화점인지 모를 정도로 붐비는 환자에 놀라곤 한다. 더욱이 응급실 환자들의 생명을 다투는 절실함과 의사에게 매달리며 호소하는 간절한 가족들의 모습에서 “외과 의사는 다른 의사들보다 수명이 길지 않다” 면서 “몸이 고장이 나게 되면 금방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고 한 이국종 교수의 말을 백번 이해하며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전공의 선택에서 회피하는 3D 업종의 외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국가적 시스템의 제도적 지원을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2018년도 정부예산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무원 증원에 따른 재정 추계자료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법정시한을 4일 넘겨 통과한 것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예산은 정부 여당의 국정추구목적과 이를 견제하기 위한 야당의 목적이 맞물려 대립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잘못된 정책은 소통과 타협으로 수정해야 한다. 반대의 반대를 위해 다른 민생 전체를 가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표결에 불참하는 야당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이며, 선진화법인 개정 국회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새해 예산안이 법정 시한 안에 처리되지 못한 것은 앞으로도 반복될 나쁜 전례를 만든 것으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의사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다면 정치인에게도 마땅히 지켜야 할 ‘윤리헌장’과 ‘윤리강령’이 있다. 자신의 이익과 영달보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에게 감동과 존경을 받는 이국종 교수와 같이 존경받는 정치인이 필요한 지금 불법 수수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부끄러운 정치인을 뉴스에서 잊을만하면 본다. 국회는 돈 벌러 가는 곳이 아니라 국민의 삶 중심에서 사명감으로 봉사한다는 정치인의 ‘윤리강령’을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더라도 ‘내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이국종 교수의 말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한 번쯤 그 의미를 깊이 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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