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소년 적 내 꿈은 억지로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었다 천사 같은 간호사에게 미열의 이마 맡기고 어린 외로움 위로받고 싶었다

그 꿈 오십 몇 년 넘어서야 이뤘다

엊그제 정전신경염이라는 어지럼증 병으로 드디어 병원에 입원했다 딸보다 어린 간호사가 병실에 와서 걱정스런 얼굴로 이마를 짚어주었다

기러기 날고 등 뒤로 바람 부는 저녁이었다





감상)하고 싶은 게 없는 나날이다. 점심 메뉴를 고르느라 오전을 보내고 저녁 메뉴를 고르느라 오후를 보낸다. 어느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나날이다. 후설을 읽으려다 놓치고 퐁티를 잡으려다 내 몸의 감각을 잃는다. 나는 지금 누구의 감각으로 서 있는 건지 모르겠다. 다만 눈을 감았다 뜨면 천장에는 새들이 날아다닌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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