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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삼국유사사업본부장
여야 간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12월 6일 2018년도 정부예산안이 통과되었다. 내년도 정부예산 429조 원의 편성을 두고 공무원 증원,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지원, 사회간접자본(SOC) 감축 등 쟁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에 관한 여야의 국정철학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대립이 심각했으나, 자유한국당이 본회의 토론과 표결에 불참하여 생각보다 쉽게 넘어갔다. 대체로 자유한국당의 무능이 잘 드러난 예산심의였다.

정부의 예산편성기준에서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을 대폭 감축하고 복지예산을 늘린다는 발상은 문제가 많았다. 꼭 필요한 곳은 투자하여야 하는데, 전국에서 도로망 정비가 가장 미흡한 경북은 아주 억울한 방침이다. 누구든지 고속도로나 도로망 지도를 본다면, 알 수 있다. 인구밀도가 경북지역보다 훨씬 낮은 호남의 도로망이 거미줄처럼 잘 정비되어 있는 데 비하여 경북지역은 아직도 도로망이 엉성하고 그나마 도로 폭이 좁은 옛 도로가 많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중부권정책협의회 차원에서 SOC 예산확보를 위한 공동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각 지방자치단체의 노력 덕분인지 정치적 이유에선지, 국회심의과정에서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원안보다 1조 5척억 원이 줄고 SOC 예산이 1조3천억 원 늘었다.

이 기회를 포착하여 경북도는 당초의 정부안보다 1천억 원을 상회하는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을 확보한 점이 돋보인다. 포항~영덕 간 고속도로 건설, 보령~울진 간 고속화도로, 중앙선 복선전철화(도담~영천), 포항~안동 국도 4차로 확장 사업 등에 원안보다 증액된 예산을 확보하였고, 경산의 남산-하양 국도우회도로 건설 등 신규사업도 다량 성취한 것이다. 그리고 첨단로봇, 탄소산업, 양성자가속기, 신규 백신 생산플랫홈 개발 등 4차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도 다질 수 있게 한 것을 볼 때, 예산당국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싶다.

그러나 도로와 철도 등 SOC 사업 예산책정에서 지역 간의 불공평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례가 있어 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포항과 안동을 연결하는 국도와 호남고속철도(KTX) 2단계 사업이다. 포항-안동 국도는 대부분 편도 1차선으로 되어있는데,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구간이 많아 도로가 구불구불하여 시간도 많이 걸리고 위험도도 높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2009년에 이루어졌는데도 아직 실시설계도 안 되었다(총사업비 4천112억 원). 원래 경북의 동해안과 북부내륙 지역을 잇는 간선도로인 데다, 신도청을 시대를 맞아 경상북도가 활발하고 짜임새 있게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도청소재지인 안동과 경북 제일의 도시 포항의 정비된 연결이 필요하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김대중 정부 시절 신속히 개통된 것과 달리 동해안은 아직도 고속도로가 뚫려있지 않다.

이 와중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합의에 따라 호남고속철도(KTX) 2단계 사업(광주송정~목포)으로 건설하는 선로가 무안공항을 경유하게 되었다. 무안공항 자체가 예산 낭비의 대표사례인데, 이를 시정하기는커녕 비효율성을 더욱 높이는 행정을 해서야 되겠는가? 무안공항 국제선은 매일 운행되지도 않는다. 광주에서 목포로 가는 KTX가 돌아간다고 공항의 효율이 얼마나 높아지겠는가? 그를 위해 KTX가 호남의 중심도시의 하나인 나주시를 통과하지 못하고 추가사업비 1조1천억원이 소요된다. 이 예산이라면 포항·안동 국도확장공사를 하고 남는다. 중앙정부와 국회의원들의 각성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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