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단층 파악 공감대 형성···이재민 피해지원 대책은 허술

지진발생 나흘째인 11월 18일 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에서 한 시민이 자녀를 꼭 안고 잠을 청하고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9·12 경주지진에 이어 국내 두 번째 강진으로 기록된 11·15 포항 지진은 경주지진 피해액의 5배가 넘는 546억여 원에 주택 파손 2만5천840여 채, 이재민 1천800여 명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줬다. 전문가들을 통해 이번 포항지진 발생과 복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서부터 향후 일어날 지진에 대한 대비책을 살펴봤고, 포항지진을 통해 반성과 교훈으로 삼아야 할 중요한 요소를 살펴봤다.


Q. 포항지진을 일으킨 단층은?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 : 부산부터 울진 앞바다까지 이어지는 활성단층인 양산단층 주변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무명(無名) 단층’이 포항지진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우리가 전혀 몰랐던 땅속 단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제 알아낸 만큼 활발한 연구가 필요하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 양산단층 동편 지하에 매몰 돼 있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에서 포항지진이 발생했다. 이처럼 우리에겐 체계적인 활성단층 지도가 없다. 행정안전부가 7월부터 5년 단위로 활성단층 지도 만드는 데 돌입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최용준 대구경북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장(박사) : 활성단층이나 지표조사 자료가 축적돼 있었다면 액상화 현상이나 동공 발생의 원인을 한 눈에 알아볼 텐데 그게 없으니 문제가 된다. 지금부터 구축해나가야 한다.

▲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
Q. 포항지진 발생 후 방재당국의 대응을 평가한다면?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 : 재난문자 등 조기경보시스템은 작년 경주지진 때보다 정비가 잘 된 것 같다. 문제는 현장 대응의 문제인데, 정부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야 효율성이 커진다. 각 지역 실정에 맞게 각 지자체가 지진대응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더불어 주민들이 평소 지진대피훈련을 받지 못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경주지진 이후 주민들이 어떤 훈련을 했느냐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답할 곳이 거의 없을 것이다.

▲ 최용준 대구경북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장
Q. 이재민 지원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최용준 대구경북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장 : 흥해실내체육관 등 대피소가 과연 지진에 대비해 내진 설계가 됐는지도 조사하지 않아서 이재민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등 우왕좌왕했다. 차후 안전진단 후 재분배를 통해 이재민을 배치한 점은 다행이지만, 사생활 보호용 텐트와 칸막이 지급도 뒷북치는 등 준비가 허술했다. 조립식 임시주택 등을 미리 갖춰 이재민들에게 제공하는 시스템도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재민 구호 매뉴얼 정비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중증장애인이나 고령자 등의 지진대피지원책이 허술한 점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 정교철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Q. ‘액상화’의 위험성이 크게 노출됐다. 대비책은?

정교철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 지하수가 지진으로 지표면으로 솟구쳐 땅이 물러지는 액상화 현상도 부각 됐다. 원지반이 아닌 해안가 매립지에서 액상화 현상이 주로 나타나는데, 인구가 밀집된 도심에서 발생한다면 위험성이 커진다. 내진 설계 건축물도 그래서 건물 하중에 따라 액상화 지수를 계산해서 반영해야 하고, 지반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 내구성 있는 그라우팅을 직접 주입하거나 자갈을 넣어서 보완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 : 우리나라 전체 매립지를 대상으로 지진 이후 액상화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검사를 해야 한다. 전수조사를 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Q. 필로티 방식 건축물의 위험성도 나타났다

정교철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 좌우 지진 진동에 취약한 기둥 구조 건축물인 필로티의 붕괴가 나타났다. 일본과 같이 4개 면 중 3개 면을 채움 벽으로 막고 한 개 면만 주차하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내진 설계에 맞게 프레임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 정군우 대구경북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 부연구위원
Q. 원전 안전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

정군우 대구경북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 부연구위원 : 원전 13기가 몰려 있는 동해안을 품고 있는 경북은 우리나라 지자체 전체 지진 발생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항상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 신형 원자로의 경우 규모 7.0까지 견디도록 내진 설계가 돼 있지만, 그동안 원자로 바로 밑에서 수직으로 지진이 발생한 경우가 없었다. 7.0 이상을 넘어서는 지진이 올 경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원자로 외에 연결 파이프 등 2차 계통 설비에 대해서도 성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 : ‘안전한 원전’은 없다. 항상 조심하고 대비해야 한다.


Q. 규모 7.0 이상 대지진 발생 가능성은?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 : 지진학자들이 내다보는 한반도 최대 규모 지진이 6.8~7.4로 예측되는 만큼 앞으로 더 큰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 경상도 지역에서 7.0 이상의 강진이 올 가능성이 큰 만큼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 17세기에 경주와 울산, 포항 지역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다. 400년 가까이 흐른 만큼 지하에 응력이 누적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도 우리나라 단층에 자극을 준 것도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오랜 공백기가 흐른 다음 큰 지진이 오는 것은 틀림없다.

▲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Q. 포항지진에서 교훈이나 반성의 포인트로 삼을 점을 꼽는다면?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 : 땅 속 깊숙이 있는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를 통해 지하구조를 파악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래야 지진이 어떻게 발생할지 예측이 가능하고, 대비를 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가 책임지고 조사를 해서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 액상화 지도와 지진재해도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지반 특성에 따라 피해 규모가 좌우되는 만큼, 도심지 인구밀집 지역에 대한 지진재해 예측지도를 반드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교철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 방재노력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찾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지반에 적합한 경제성 있는 내진공법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인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진대피 능력 등 교육과 훈련도 매우 중요하다. 또 지역 커뮤니티를 잘 관리하고 훈련 시켜야 한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도 소방관이나 경찰관, 자위대가 구조활동에 나서기 전에 이미 주민들이 이웃을 구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웃을 구하고 돌볼 수 있는 커뮤니티 형성에 만전을 기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최용준 대구경북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장 : 동해안 주민과 국민 안전을 위해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더 현실적으로 알릴 계기를 마련했다.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용역비가 국회에서 전액 삭감됐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이 가능하도록 다 같이 노력할 수 있는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됐다고 본다.

정군우 대구경북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 부연구위원 : 포항지진에서도 대피소 운영과 고령자·장애인 대피지원책에서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난 만큼, 재해유형별 특성에 맞는 대피소 운영과 주민 홍보에서부터 장애인이나 중증환자 대피 과정에서 명확한 기준의 매뉴얼도 별도로 만들어 적용 시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자주방재조직을 육성해 나의 생명과 안전은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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