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민 ‘성숙한 안전의식’ 발휘···27일간 자원봉사자 2만여명 활동

국제로타리 3630지구 포항은하수로타리클럽이 흥해공고 체육관을 찾아 지진 피해를 입은 주민을 위해 점심 배식 봉사와 환경 정비 등 적극적인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진 피해는 컸지만 시민들은 침착했고 성숙했다.

한동대는 지진으로 건물 외벽이 떨어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지만 총학생회가 확성기를 들고 뛰어다니며 4천 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대피시키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덕분에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

진앙에서 불과 수 백m 떨어진 흥해초등학교에서도 평소 실시한 대피훈련과 매뉴얼에 따라 학생·교사 100여 명이 무사히 부서진 건물에서 탈출했다.

포항의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지진 직후 건물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아기를 먼저 붙잡았던 직원들이 영상이 공개돼 갈채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경주 지진 당시 소방본부 등에 빗발친 수천 건의 전화에 비교하면 신고나 문의 건수도 확연히 적었고, 지진 후 포항 지역 내 대형마트나 편의점 어느 곳에서도 생필품 대량 구매 같은 사재기는 없었다.

공포와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이같은 시민들의 차분한 대응 덕분에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속되는 여진의 공포 속에서도 곧장 피해 현장으로 달려와 이재민을 도왔던 자원 봉사자들도 빛났다.

봉사자들은 소속 기관·단체, 기업체 별로 수십 명씩 짝을 이뤄 따뜻한 밥을 나르고 피해가 난 집을 돌며 복구에 힘썼고, 의료와 심리지원을 비롯해 청소와 주차관리까지 도맡으며 구슬땀을 흘렸다.

13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진 발생 당일인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2일까지 27일간 활동한 자원봉사자는 2만6천61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포항시자원봉사동아리연합회를 비롯한 전문 봉사단체와 지역 자생단체, 종교단체 등 일반 봉사자가 1만3천918명으로 가장 많았다.

포스코패밀리봉사단 등 기업 봉사단이 8천682명, 전국 시·도자원봉사센터에서 파견된 봉사자가 2천714명으로 뒤를 이었으며 아무런 소속 없이 자원봉사에 나선 이들도 747명에 달했다.

매일 전국에서 자원봉사를 하겠다며 신청과 문의 전화가 쏟아지면서 배정 지역이 적어 대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루 2천 여명에 달하기도 했던 자원봉사자는 13일 현재 281명으로 줄어들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대피소 등에서 이재민들을 위로하며 추운 날씨를 녹이고 있다.

휴일도 잊은 채 밤낮없이 이재민을 보살피던 봉사자들 중에는 과로로 쓰러지거나 링거 주사를 맞아가며 힘을 낸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루 평균 400여 명, 많은 날은 1천 100인분의 식사를 만들었던 사랑의 밥차 김영복 경상지부장은 “지부 회원들이 출퇴근하다시피 열성적으로 임해줘서 한 달 가까이 계속 해왔다”며 “이재민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실 때 많은 힘이 됐고 오히려 고마웠다”고 말했다.

응급 복구율이 100%를 기록한 가운데, 포항시는 대피소 중심의 봉사를 피해주택 개보수 등 수리 공사 위주로 진행하기로 하고 지난달 말부터 방수·미장·타일·주적·도배 등 전문기술자를 대상으로 집수리 재능봉사단을 모집하고 있다.

경상북도자원봉사센터 권오길 소장은 “전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이 열심히 활동한 덕분에 포항 시민들도 많은 용기를 얻었을 것”이라며 “열심히 활동해 주신 봉사자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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