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서 올라오는 냉기와 소음에 피로·스트레스만 쌓여"

지진 이재민이 13일 오후 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대피 시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일일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불편한 게 천지죠. 그래도 집에만 들어가면 땅이 흔들리는 것 같은데 어쩌겠어요”.

문틈 사이로 살이 에는 듯한 매서운 바람이 파고들던 13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 실내체육관에서 거주 중인 이재민들의 마음은 영하로 떨어진 날씨보다 더 시렸다.

규모 5.4 지진이 덮치고 한 달이 지난 포항은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있었지만 아직 이재민들은 지진에 할퀸 상처로 대피소 생활을 이어갔다.

이곳에서 만난 한 60대 주부는 한 달째 이어진 대피소 생활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모(61·여)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 가는 얘들이나 씻고 가지 유치원 갈 정도 되는 어린 얘기들은 뜨신물이 안 나와 날도 추운데 찬물에 그냥 씻겨 보낸다”면서 “어른들은 안 씻고 그냥 있을 때도 많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흥해실내체육관에 설치된 샤워실이 있었지만, 388명이나 되는 이재민들이 공유하다 보니 제대로 활용하는 이는 얼마 되지 않았다.

김천대(86)할머니도 “숨 쉬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텐트가 가까운데 암만 누워있어도 편하겠나”면서 “빨래 널 곳이 없어 무섭지만 집에 잠깐 들어가 하고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집을 빨리 수리를 해주던지 재건축을 해주던지, 지금 대책이 없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난방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한 이재민은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오는 데 새벽에 체육관이 얼마나 추운지 두꺼운 옷을 껴입어도 견디기 힘들다”면서 “지금은 이불을 줘서 그나마 덜하지만, 난로 온기를 텐트에서 느끼긴 어렵고 건조하기만 한다”고 말했다.

식사문제도 불거졌다.

이재민들을 위해 삼시 세끼를 준비했던 대한적십자가 지난 10일을 끝으로 급식활동을 종료하자 대피소 급식상황은 순식간에 악화 돼 급기야 지난 12일에는 배식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불편 속에서도 이재민들은 지진 당시 느낀 공포감에 집으로 돌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많은 이재민들이 지진 피해를 입은 집에 잠시나마 들어가 씻고 빨래도 하며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더 이상 이들에게 집은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 아니었다.

김모(65·여)씨는 “이따금 집에 들러 씻더라도 화장실 문만 닫지 현관문을 절대로 안 닫는다”면서 “집이 무너질까 겁이 나 그러는 게 아니고 지진 당시 거기 있을 때 느낀 공포 때문에 다시 들어 가려니 못 들어가겠다”고 털어놨다.

직접 피해를 본 이재민이 아니더라도 포항시민 상당수가 여전히 지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진 이후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렸지만 아직 친지들의 신세를 지며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경우도 많았다.

신모(34·양덕동)씨는 “지진 이후 홀로 집에 있는 것을 무서워하는 아이와 부인 때문에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들어가게 됐다”면서 “차츰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 같지만 불안감을 떨치려면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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