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공무원들을 동원해 대구시립공원묘지에 불법으로 묘를 조성할 수 있도록 관리업체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대구시의원에게 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구지법 제5형사단독 이창열 부장판사는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구시의원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동료 시의원 B씨에게 벌금 500만 원, 청탁을 들어준 대구시 간부 공무원 2명에게는 벌금 400만 원씩을 판결했다.

시의원 A씨와 B씨는 “시립공원묘지가 만장이 돼 신규 묘지 조성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민원 해결 차원에서 부탁했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해당 사실을 알고도 공무원들과 공모해 범행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 부장판사는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친 데다 일반시민의 신뢰를 배신했고,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까지 준 피고인의 죄질이 불량해 엄단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피고인 A씨는 간부 공무원에게 청탁하면서 불이익을 예고까지 해서 죄책이 가장 무겁다.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동료 의원 B씨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반성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히 처벌해야 하지만 유리한 정상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간부 공무원 2명에 대해서는 “주말에 부탁을 받고 면밀한 검토 없이 범행에 이른 점, 경제적 이득이나 부정한 대가를 노리고 범행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벌금형 선고 이유를 말했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 원 이상, 그 밖의 혐의는 금고형(징역형과 비슷하지만 복역하면서 노동을 하지 않는 형벌)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A씨는 2015년 8월 중학교 후배인 지인으로부터 “아는 사람이 장모상을 당했는데 시립공원묘지에 있는 장인 묘 옆에 매장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시립공원묘지는 정부의 매장 억제 정책에 따라 2013년부터 신규 묘지 조성이 불가능했고, 규정에는 망자가 대구에 주소가 없으면 매장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그런데도 공무원 2명에게 전화로 압력을 넣었고, 공무원들은 “추가 매장이 안된다”는 실무 담당자 의견을 무시하고 관리업체에 직접 요구해 추가 매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결국, 시의원들과 공무원들이 불법으로 묘를 조성하게 만든 셈이다.

불법으로 조성한 묘는 지난해 문제가 불거진 뒤 원상복구 조처됐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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