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준수 순회취재팀장
경북도는 최근 김장주 행정부지사, 주중철 국제관계대사, 정교철 안동대 지구과학과 교수 등으로 꾸린 효고현 지진방재시스템 벤치마킹 방문단을 급파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갑작스러운 결정이었지만, 내심 바라던 바였다.

기자는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국내 최대 강진이 발생한 이후 올해 6월 일본 효고현, 이바라키현, 도카이촌을 찾았다. 선진 지진방재시스템과 원자력 안전 대책을 배우기 위해서다. 11월 15일 국내 두 번째 강진인 포항지진 발생 후 효고현에서 배우고 느낀 정책들을 지금이라도 본받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12월 6일 오전 가나자와 가즈오 효고현 부지사를 만난 김장주 부지사는 “1995년 1월 17일 규모 7.3의 한신·아와지 대지진에 가장 잘 대응해 세계 최고수준의 지진방재시스템을 가진 효고현에서 현실적인 지진 대응과 복구정책을 배우러 왔다”고 간절하게 말했다. 이른 시일 내에 업무협약을 꼭 맺고 싶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가나자와 부지사는 “재해 경험이 많은 도시로서 각 나라와 지자체에 도움을 주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고,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응답했다.

김 부지사는 “구체적 실무협의 절차를 빨리 진행해 연내로 협약을 성사시켜 달라. 언제든지 내가 달려와서 협의하겠다”고 하소연했다.

가나자와 부지사는 “직원연수파견 등 구체적 교류방법을 빨리 말해주면 결과도 빨리 나올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워싱턴주와 LA시와는 방재업무협약을 맺은 상태이지만, 터키와는 업무협약 체결 없이도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형식적 업무협약 체결이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로 한 발짝 물러났다. 손쉽게 자신들의 것을 내줄 것 같지 않았다.

김 부지사는 “당장 요구하는 만큼의 구체적인 문제의식이 담긴 협약요구 내용이 준비되지 않았다. 하루빨리 문서로 공식 요청하겠다”고 했고, 가나자와 부지사는 “기본적으로 경북도에 협력할 용의는 있다”고 응대했다.

여기까지가 짧은 환담의 결과물이다. 짧은 시간에 효고현행을 결정한 뒤 주철완 주고베총영사관 총영사, 강상익 영사, 주중철 국제관계대사가 물밑에서 협조해 만들어 낸 성과다.

경북도는 이튿날 지진방재정책 교류, 교육훈련, 전문가 세미나, 공무원·전문가 인적교류 등의 내용을 담은 협약체결 요청서를 주고베총영사관을 통해 효고현에 전달했고, 아직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양 도시의 수장이 업무협약서에 사인한다면 기대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방재와 감재 분야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효고현이 포항과 경주 현지에서 대규모 지질단층조사를 벌이는 일이다. 이런 재해원인 조사단은 효고현의 기술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방재 인력을 양성하는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에 우리의 연구인력을 보내 그들의 시스템을 배우는 것도 큰 경험이 될 것이고, 효고현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지진 세미나를 여는 것도 기대된다.

경북도의 방재 관련 공무원과 인력이 효고현을 오가면서 그들의 선전화된 지진방재시스템과 지진·재해 대비책을 접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스스로는 스스로가 지킨다는 일념으로 준비한 효고현의 자주 방재조직을 포항시와 경주시에 녹여낸 뒤 전국으로 확산하는 방법도 권할만하다.
배준수 순회취재팀장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