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31년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델로스 동맹을 상대로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한 펠로폰네소스 동맹이 전쟁을 일으켰다. 두 동맹은 그리스 지배권을 놓고 장장 27년간 혈전을 벌였다.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겉으로 보기엔 아테네가 코린토스와 케르키라의 싸움에 개입하면서 전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시 신흥 강국이었던 아테네의 부상으로 기존 패권국이었던 스파르타의 불안감이 전쟁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펠로폰네소스 동맹은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한 펠로폰네소스반도 지역의 코린트, 마케도니아 등의 도시국가 연합체였고, 델로스 동맹은 아테네를 비롯한 에게해 주변 국가들의 해상동맹이었다.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연합체를 델로스 동맹이라 부르는 것은 델로스 섬이 동맹에 참여한 국가들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훗날 역사학자들은 투키디데스의 분석을 근거로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 불렀다. 

2017년 요동치는 세계 질서를 속에서 최강 패권국가로 군림해 온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자유민주세계의 수호자, 세계의 경찰이라는 짐을 내려놓는 사이 중국이 신흥 패권국가로 부상하고 있어서 ‘투키디데스 함정’이 현실화하고 있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국제연구소 벨퍼센터 소장은 “미·중 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양국 간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동북아 안보위기로 한반도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의 촉발 지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16일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모여 한반도와 미·중관계 전망 토론회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도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지금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아진 시기이며 언제라도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달리는 북한이 시한폭탄 이이라는 것이다. 한·중 정상이 ‘한반도 전쟁 절대 불용’의 원칙을 재확인 했다지만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으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현실화 하지 않을 지 우려된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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