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화 시인과 시집 ‘지나가지만 지나가지 않은 것들’.
경북일보 ‘해파랑길을 걷다’를 연재하고 있는 이순화 시인이 시집 ‘지나가지만 지나가지 않은 것들’(브로콜리 숲)을 발간했다.

2013년 시 전문잡지인 애지를 통해 등단한 이순화 시인의 첫 작품집이다.

1부 ‘간절한 말’, 2부 ‘바로 당신이 필요해요’, 3부 ‘문고리에 두 귀를 걸어두었네’, 4부 ‘지나가지만 지나가지 않는 것들’ 등 총 64편의 시를 담았다.

이 시집은 시집 제목처럼 지나갔지만 지나가지 않는 기억에 대한 기록이다.

유년에 대한 기억은 ‘엄마, 내가 다시 엄마를 젊은 엄마로 낳아줄게요’ 같이 자기희생과 타자에 대한 따스한 연민을 담보하고 있다.

성장기에 대한 기억은 불안한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로 이뤄져 있다. 그의 시편들은 ‘온전히 다가갈 수 없는 말’임을 알고 있지만 차마 잊을 수 없는 ‘이렇게 다시 시작하는 거라고’ 손톱을 깎듯 잔잔하고 정갈하다. 그러나 그 행위가 나에 대한 기록을 넘어 타자에 대한 사랑으로 전복돼 나타난다.

못다 한 말들이 뚝 뚝 떨어지고 있네
일테면 이별의 예감 같은 말

동시상영 극장 앞
인적 끊어진 미술관 담장 길 따라 낙엽이
침묵에 젖어 흐르고 있네

온전히 다가갈 수도 없는 말
이런 걸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아득하고도 먼 허공을 사이에 두고
이런 것도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간절한 말’ 전문.

이순화 시인은 간결하고 진정성 있는 어조로 기억과 사랑에 대한 변주곡을 들려주고 있다. 담백하고 순수한 말이야말로 가장 간절한 말이며 ‘아득하고도 먼 허공을 사이에 두고’도 들릴 수 있는 말일 것이다.

통과의례를 마친 성숙한 여성 자아의 면모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다음 시 편은 자신의 전 존재에 대한 사랑이며 모성에 대한 헌사일 것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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