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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
필자가 살고 있는 포항이 ‘11·15 지진’으로 엄청난 피해와 함께 실의에 빠진 시민들이 혼돈의 연속에 시달린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지진 전후의 사정이 판이하게 달라진 지역이 세밑 엄동설한과 함께 낯설고 차갑게만 느껴진다. 아직도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차가운 마룻바닥의 체육관에서 불편한 나날을 보내고 있고 지진 이후 얼어붙은 지역 경기는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모두 안타까워한다.

피해복구와 침체되어 가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에 노심초사하는 이강덕 시장의 필사적인 노력이 연일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며칠 전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전국 233곳 지자체와 1천500여 곳의 여행사에 보낸 포항시장의 서한문이 절박한 포항의 현실을 실감케 하여 애잔한 마음이 앞선다.

“포항으로 오세요, 시민들에게 힘이 됩니다”, “포항 방문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구구절절 전 국민에게 호소하는 목소리가 메아리 되어 퍼진다.

재난극복과 안전도시 건설로 다시 찾는 포항으로 거듭나겠다는 굳센 의지가 엿보여 가슴이 울컥해지는 듯하다. 중앙정부, 경북도와의 긴밀한 협력과 범국민적인 관심과 지원 속에 재난 극복에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는 포항시와 시의회의 노력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피해복구와 재난 극복은 예산과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해결 할 수가 있지만, 침체 된 지역경제는 그럴 수가 없는 노릇일 것이다.

지난 10일, 주말을 맞아 지진으로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려 내연산 산행을 위해 보경사를 찾았다. 한파 탓도 있지만 너른 주차장이 텅 비었고 주말이면 북적이던 식당가에 관광객은 보이지 않고 칼국수 써는 할머니들의 허망한 손놀림만 겨울바람과 함께한다. 전국에서 포항 살리기와 포항특산품 사주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죽도시장과 흥해 장터에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과 지역민들로 경기가 살아난다는 지상 보도와는 사뭇 다른 광경이라 아쉬움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이제는 정말 새로운 각오와 의지로 지역경제를 살려야만 한다. 이번 지진 발생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함을 느꼈으며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우리를 살려 나가는 길임을 알 수 있었다.

전 국민이 하나같이 우리 지역을 위해 베풀고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할 때 우리 스스로가 한 발 더 앞서 변하고 일등시민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여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어려움을 이겨내는 참된 모습을 보여야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일부 외지에서 기꺼이 찾아온 분들이 불편해한다든지 불만스런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현실이므로 더욱더 친절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통해 지진으로 피폐해진 지역경제를 살려내야 할 책임은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과메기 사주기나 시식회를 벌여주고 각종 행사를 포항에서 치를 수 있도록 배려함에 감사하며 또한 직원간담회 비용으로 4억여 원을 지역에서만 쓸 수 있도록 한 포항제철소와 각 기업체, 기관, 단체가 벌이는 지역 살리기 행사 등에도 따뜻한 인사가 필요할 것 같다.

일전에 경인 지역에서 철강업을 하는 한 친구가 포항에 공장 건설을 해야 하는데 지진 때문에 망설여진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하는 기분이 들었다.

기업유치가 관건인 지역경제 활성화가 자칫 지진 여파로 차질을 빚을 수 있기에 안전도시 홍보가 더 절실히 요구되고 시민이 뭉쳐 보다 나은 포항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역경제 살리는 데는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지금 우리 지역민들에게 위안이 되고 희망찬가가 될 수 있는 시민 애창곡 최백호의 ‘영일만 친구’ 노랫말 중에 이런 구절이 있어 적어본다.

“돛을 높이 올리자, 거친 바다를 달려라, 영일만 친구야!”

지진이란 거센 파도를 넘어 푸른 희망의 바다로 달려나갈 포항을 위하여, “포항시민들이여! 용기를 내어 힘차게 돛을 높이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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