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식 대구경찰청 수사과장은 19일 “업무상 횡령과 업무상 배임, 사문서 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해 대구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전·현직 비서실장을 포함해 과장 이상 간부 17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2014년 3월 27일 취임한 박 행장은 그해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법인카드로 32억7천여만 원어치의 상품권을 구매했다. 사회공헌부에서 정상적으로 구매한 2억7천여만 원을 빼면 30억 원 상당의 비자금을 만든 것이다. 상품권환전소에서 1억 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떼고 현금 26억 원을 손에 쥐었고, 3억 원 상당의 상품권은 그대로 사용했다.
박 행장과 간부들은 접착형 메모지나 볼펜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1만 원 미만의 홍보물만 고객사은품으로 살 수 있는데, 상품권을 구매하면서 이를 어긴 것을 감추기 위해 메모지나 볼펜 등을 실제 구매한 것처럼 속인 허위의 영수증을 증빙서류로 첨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행장이 비자금을 횡령하지 않았다면서 경찰에 낸 소명서는 A4 용지 한 장뿐이었다. 비자금 29억 원을 직원 격려비나 회식비, 내외부 고객 경조사비와 격려금, 회식비 등에 썼다는 것이다. ‘월 평균 20~50만 원 상당의 경조사비를 몇 차례 지급했다’는 등 두루뭉술한 방식이다. 박 행장이 주장한 경조사비 규모는 7억 원 정도다.
강신욱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대구은행 관계자 진술과 우리가 확보한 자료에 비춰봐도 박 행장의 소명은 금액이 부풀려진 데다 신뢰할 수준이 못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동안 수사를 통해 박 행장이 개인 용도로 쓴 돈의 규모를 5억 원 미만으로 산정하고 있다. 장호식 수사과장은 “현재 시점에서 박 행장이 조성한 비자금 중 명확하게 개인 용도로 쓴 액수는 5억 원 미만이다. 5억 원 이상이었으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이유로 박 행장의 증거인멸 가능성이라고 했다. 장호식 수사과장은 “박 행장이 스마트폰을 교체하거나 관련 정보를 삭제한 사례에서 보듯이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 박 행장과 진술이 상반된 은행 관계자들의 진술이 번복될 가능성이 높은 점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8월 초부터 내사에 돌입한 계기가 된 투서에 적힌 전직 대구은행장에 대한 수사 여부와 관련해서는 “범죄를 입증할 자료가 없어 수사가 어렵다”고 했다.
대구지검은 박 행장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할지 여부를 늦어도 20일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