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를 밟았습니다
짓밟히고도 부러지지 않는,
어쩌다 한길까지 내려와
척박한 땅에 납작 엎드려 사는 법을 배웠는지
참 기특한 질경입니다

내 고단한 발바닥에는
캄캄한 질경이의 한 때와
부러지지 않고 엎드릴 줄 아는 그림자가
뭉클하게 묻어오는
저녁입니다
저녁이 밟고 가는 내 하루도 참 기특합니다




감상)거울 속의 나에게 고맙다고 말해본다. 내가 빙그레 웃는다. 일주일 전에는 오빠를 미워했지. 어제는 내 미래가 슬프다고만 생각했어 나는 다시 나를 본다. 아픈 게 없던 어느 날은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나를 자세히 살아 있게 하는 건 어떤 아픔 같은 것이었다. 어제는 그녀가 나를 보러 오지 않았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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