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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룡 DGB금융지주 부사장
동짓날이 다가옵니다

동지는 겨울(冬)이 깊은 곳에 이르렀다(至)는 뜻으로 하루 중에 밤이 가장 긴 날이며 올해는 양력 12월 22일입니다.

남향집의 거실과 방에 햇살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동짓날을 기준으로 음이 양으로 바뀌고 낮이 점점 길어져서 해가 다시 살아납니다. 그래서 동지를 작은 설날이라 했으며 주(周)나라는 이날을 설날로 삼았습니다.

동지는 음력으로 11월에 있어 11월을 동짓달이라 하며 달의 상순에 해당되면 애(기)동지, 중순이면 중동지 그리고 하순이면 노동지(老冬至)라 합니다. 올해는 12월 22일이 음력 11월 5일이라 애기동지입니다.

동짓날에 팥죽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하며 나이 수만큼의 새알심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나이 한 살을 더 먹어 서당에서 글을 배울 나이가 된 학동(學童)들의 입학식을 이날에 했습니다. 또 팥죽은 잡귀를 물리친다고 하여 집안 곳곳에 뿌리기도 했으며 여러 곳에 두었다가 먹습니다. 저도 지점장 시절에 직원들과 고객님의 무사안전을 위해 동짓날 시장에서 팥죽을 구입하여 종이컵에 나누어 드린 적이 있습니다.

삼국지의 3대 전투가 관도, 오장현, 적벽입니다. 적벽대전에서 10만의 유비, 손권 연합군이 80만의 조조 대군을 물리친 결정적인 요인이 한겨울에 북서풍을 동남풍으로 바꾼 것입니다. 남쪽의 연합군은 동남풍을 이용한 화공(火攻)전략으로 북쪽의 조조 군사를 대패시켰습니다. 이때 바람의 방향을 제갈공명이 신통력으로 바꾸었다고 전하지만 사실은 동짓날에 바람의 방향이 바뀝니다.

각 절기에는 절입시각(節入時刻)이 있습니다. 그 날의 자정이 아니라 늘 변하는 절입시각부터 시작됩니다. 명리학에서 새해는 입춘날 절입시각부터입니다. 2017년과 2018년은 입춘이 2월 4일이며 절입시각이 2017년은 00시 33분, 2018년은 06시 28분입니다. 예를 들어 2018년 2월 4일 06시에 태어난 아이는 무술생이 아니라 정유생으로 닭띠이지요.

동짓날에 경주 남산 동쪽의 부처골 감실(龕室)불상 주변은 사진작가들로 붐빕니다. 큰 바위를 깎고 깎은 감실의 안에 앉아 있는 작은 불상은 다소곳한 모습에 고졸(古拙)하면서도 은은한 미소가 가득하여 어머니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감실 안에 햇살이 다 들어 오지 않아 사진에 담기는 어렵습니다. 다행히 동짓날 낮에는 햇살이 불상의 얼굴까지 비치므로 사진작가들은 이때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름이 시작하는 단오에는 부채(扇)를 겨울의 절정인 동지에는 책력을 선물로 주고받았습니다. 요즘은 책력보다 달력을 주고받습니다.

인간은 해가 뜨고 지는 것을 수십 수백 번 보고 겪으며 하루의 개념을 깨우쳤고, 계절의 변화를 통해 한 해의 패턴을 터득해왔습니다. 일 년 중의 달과 날 그리고 절기 등을 담은 것이 바로 달력이며 달력 덕분에 수렵에서 농경사회로 발전이 가능했습니다.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불에 못지 않은 것이 바로 달력이라고 생각해봅니다.

1년을 365.25일로 정한 율리우스력은 BC45년부터 쓰였습니다. 1년이 정확하게 365.24219879이므로 365.25와의 차이인 0.00780121이 오랫동안 모여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는 1582년 10월 4일 다음 날을 10월 15일로 하고 1년을 365.2425일로 정한 그레고리력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둘의 차이는 4년마다 윤년을 둔 것과 4.12년 마다 윤년을 두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술년 한 해를 선물로 받습니다. 묵은 빚은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새해를 맞읍시다.

무술년 달력의 365일, 모든 하루하루가 행복으로 채워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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