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죽변항 대게 경매 시작···12월~이듬해 4월까지 동해안 속초~남쪽 기장 서식

지난 15일 죽변항에서 올해 첫 대게 경매가 진행돼 활기가 넘쳤다. 울진군 제공
겨울철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울진 대게가 돌아왔다.

지난 15일 오전 죽변항에는 올해 첫 대게 경매가 시작돼 싼값에 좋은 대게를 사려는 중매인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대게잡이 어부들은 뜨거운 경매 열기에 힘입어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매년 이맘때면 울진의 겨울 포구는 대게와 붉은 대게 찌는 수증기로 하얗게 수놓는다.

어두운 바다를 밝혀주던 등불이 꺼지고 수평선이 주홍빛으로 물들면 죽변항은 부산해진다.

부산한 어선들의 엔진 소리가 귓가에 점점 가까워질 때면 물 좋은 대게를 사려는 상인들의 발걸음도 바빠진다.

이어 갓 잡아온 대게가 상자에 실려 경매장 바닥에 깔리고, 크기별로 분류작업이 이뤄진다.

모양은 좋아도 속이 빈 ‘물게’는 상품성이 없어 경매 상품에서 제외된다. 아침 햇살에 하얀 배를 내보인 대게들이 위판장에 깔린 모습은 장관이다.

경매를 시작할 준비가 끝나면 곧바로 빨간 모자를 둘러쓴 경매사가 경쾌한 목소리로 흥정을 붙이기 시작한다.

이내 중매인들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며 입찰 금액을 적은 나무판을 경매사에게 보여주고 순식간에 대게는 최고 낙찰자의 품으로 안겨진다.

경매를 마친 대게는 행여 추운 날씨에 상하지는 않을까 손수레와 차량에 급히 옮겨진다.

대게철이면 이런 경매가 매일 아침 십여 차례 이상 열리며 입찰을 끝낸 대게는 인근 상가와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경매가 끝나고 조금은 한산해질 때쯤 음식점 수족관에서 살아 숨 쉬는 대게는 손님들의 상에 오르기 시작한다.

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쟁반에 수북이 담겨 나오는 대게 다리 하나를 뚝 떼어내 맨 끝 마디를 부러뜨려 당기면 반들반들한 윤기와 탄탄한 하얀 속살이 튀어나온다.

몸통은 다리와 또 다른 맛을 낸다. 고소한 장맛과 함께 부드러운 속살은 손질 작업이 조금은 번거롭지만, 맛은 일품이다.

정신없이 대게 맛에 취해 먹다 보면 수북하던 쟁반은 어느새 게 눈 감추듯 말끔해진다.

게 껍데기에 남은 장과 속살을 발려내 참기름, 김치, 김 가루, 뜨거운 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또 다른 별미를 맛볼 수 있다. 대게 맛을 정의하자면 ‘구수하면서 쫄깃하고 담백하며 간간하다’고 말할 수 있다.

대게는 뜨거운 수증기로 찌는 찜으로 가장 많이 먹는다. 이 밖에 탕과 국수, 조림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12월부터 잡히는 대게는 이듬해 4월까지 이어진다.

사실 대게는 겨울 제철음식으로만 알지만 봄에 먹어도 별미다. 일부에서는 대게 하면 영덕이 주산지로 알고 있지만, 과거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영덕이 동해안 대게의 집산지 역할을 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요즘에 와서는 영덕대게니 울진 대게니 하는 명성을 갖고 다투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사실 대게는 동해안 속초부터 남쪽 기장까지 서식한다.

울진 평해읍 거일리 도로변에는 ‘울진 대게 유래비’가 있다.

영덕 대게와 자존심 싸움이 극에 달했던 시절에 세웠던 비석이다.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 등에 자해로 기록된 울진 대게는 14세기 초엽인 고려시대부터 울진의 특산물로 자리 잡아 왔으며, 우리 고장 주민들은 울진 대게를 처음 또는 크고 단단함의 뜻이 담긴 박달게, 다리 모양이 대나무와 같이 곧다해 대게로 불러왔다.

울진 최남단 후포항은 국내 최대의 붉은 대게잡이 항구다. 붉은 대게가 살이 오르는 제철에는 후포항 어판장에선 아침마다 연근해에서 잡아온 울진 붉은 대게를 경매하는 풍경으로 늘 활기가 넘친다.

흔히 홍게로 알려진 붉은 대게는 짠맛이 강하다고들 알고 있지만, 산지에서 바로 먹으면 짜지 않고 대게와는 다른 별미다.

김형소 기자
김형소 기자 khs@kyongbuk.com

울진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