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는 천상의 불을 훔쳐 낼 궁리를 했다. 마침내 그는 회향(茴香)나무 줄기를 들고 천상에 올라가 불을 붙여 몰래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들에게 주었다” 성화(聖火)를 그리스에서 채화하는 것은 그리스가 올림픽의 발상지이기도 하지만 천상의 불이 인간에게 전해졌다는 이 신화와도 관련이 클 것이다.

올림픽 성화를 들고 이어 달리는 봉송 의식은 독일에서 처음 시작됐다. 독일의 스포츠역사가 카를 디엠이 베를린 올림픽이 열리기 한해 전인 1935년 얼떨결에 대회조직위원장을 맡게 됐다. 전임자 테오도르 레발트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히틀러에게 쫓겨났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않게 위원장이 된 디엠은 베를린 올림픽 흥행을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불을 채화해서 릴레이 방식으로 베를린까지 운반하자는 것이었다. 그리스에서 불가리아 유고슬라비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슬로바키아 등 7개국을 거쳐 베를린까지 장장 3천㎞가 넘는 거리를 각 나라에서 선발된 주자 1명당 1㎞씩 이어 달리는 방식이었다. 지금의 성화봉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는 디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성화봉송의 역사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지구촌 축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50여 일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김정은의 핵놀음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외국 정상들의 개회식 참석이 불투명한 데다 러시아 선수들의 약물복용 파동 등으로 대회참가 자체가 문제가 되는 등 좀처럼 국제적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가 지난달 1일 우리나라에 도착해 육로와 해로를 김연아 등 유명 스타는 물론 로봇에 의해서도 봉송이 이뤄지고 있다. 전국 2천18㎞ 봉송길이다.

먼 길을 달려 온 봉송 레이스가 경북에서도 24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422명의 주자들에 의해 펼쳐진다. 24일 영주 선비촌에서 선비 100여 명의 환영을 받고, 성탄절인 25일에는 봉화의 산타마을도 찾아간다. 1월 1일에는 일출의 성지 포항 호미곶에서 뜻깊은 무술년(戊戌年) 새해를 맞는다. 경북도가 우수한 문화자산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이색 성화봉송을 준비하고 있다. 대회 성공을 위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전 국민의 관심이 절실하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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