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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준범 신화법률사무소 변호사
지방법원은 그 관할에 속한 사건에 대하여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공판절차 없이 약식명령으로 피고인을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448조 제2항). 이를 약식절차라 하는데, 경미한 사건에 대하여 검사가 제출한 자료만을 조사하여 약식명령으로 형을 과하는 간이한 재판절차이다.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검사 또는 피고인은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고,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형사소송법 제453조 제1항, 제457조의2). 이는 형사소송법상의 원칙으로써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라 하며, 피고인이 상소한 사건이나 피고인을 위해 상소한 사건에 대해 원심 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피고인의 상소권 보장을 위해 1995년부터는 약식명령사건에도 확대 적용되었다.

피고인의 상소권을 보장하기 위해 인정된 원래의 목적과는 달리 오히려 이 원칙으로 인해 피고인들이 벌금 집행을 지연하거나 불법 영업을 연장하기 위해 정식재판 청구를 남발하게 되었고 법원의 업무는 과중될 수밖에 없었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도입 직후인 1996년에는 정식재판 청구비율이 전체 사건 대비 1.8%에 불과했으나 2012년에는 14.1% 수준으로 폭증했고, 지난 8년 동안 정식재판을 청구해 받은 1심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비율은 평균 26.1%, 2심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비율은 41.3%에 달했다. 이 때문에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고 형사사건 가운데 정식재판을 청구해 올라온 사건이 26.9%를 차지해 상고심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여 국회는 2017. 12. 1.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법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 청구를 남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를 개정하여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약식명령의 형(주로 벌금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예를 들면 징역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하면서도 약식명령에서 부과한 벌금의 액수보다 더 많은 벌금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개정 전 형사소송법과의 차이점). 이는 공포된 날부터 바로 시행되며, 법 시행 전에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는 종전 규정이 적용된다.

앞으로 벌금을 부과하는 약식명령을 받고 이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려는 피고인들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완화되었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정식재판 청구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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