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아니지만 죽음은 이해해

말할 때
목소리를 이해해, 허공은 얼마나 큰 무덤인가?
귓속에 빨려들어
둥글게 부푸는 머리처럼

말한 후,
그 뜻은 남아 삶 속에 있네

발소리가 어둠을 두드린다, 발소리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발을 떠난 발자국과
허공을 떠난 고요 사이
어둠의 연기를 바라보는 머리가 동공처럼 열린다

한 남자의 퇴장과 암전,
그리고 텅 빈 무대에서




감상) 새로 산 김치 냉장고에서 나온 빈 통들이 오종종 쌓여 있다. 누군가가 준 김치를 넣을 데가 없어 냉장고를 샀는데 이제는 저 빈 통을 채울 것이 없다. 그런데 빈 통들이 왠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비어 있는 것들 앞에 서면 언제나 그랬던 것 같다. 무언가를 이해하려는 시도였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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