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산 연산폭포가 얼음으로 제 몸을 감싸고 속으로만 조용히 흐르고 있다.
우렁찬 물의 곤두박질이 영원할 것 같은
폭포도 더 이상 굉음을 내지 않는다.
얼음으로 제 몸을 감싸고
속으로만 조용히 흐르고 있다.
나무도 성장을 멈췄다.
오직 내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겨울 산은 청량하고 고요하다.

겨울나무는
한땐 찬란했던 형형색색 이파리들을
모두 떠나 보냈다.
오직 가지만을 남긴 채
속살을 드러낸 민낯이다.

...겨울 산은 본래의 완전한 모습이다.

가지마다 치렁치렁 매달린 이파리들이
갖가지 의식을 지어내고
마치 자기가 주인인 양 행세를 했다.
이젠, 일체의 의식이 사라진
본래의 고요만 남았다.

...겨울 산은 깊은 삼매에 들었다.

사방이 고요하다.
태초의 적요가 물밀듯 다가온다.
그 속에 겨울 산이 있다.

...겨울 산은 허공이다

겨울 산의 침묵은 숨죽인 고요가 아니다.
의식이 생겨나기 이전의 본래 모습이다.
본래는 허공이다.
지어낸 의식의 문이 착각의 업을 덧씌운다.

.....겨울 산은 텅 빈 충만이다.

이파리라는 의식을 떨쳐낸
겨울나무는 모든 것을 잃은 듯하다.
‘없다’는 것은 ‘있다’는 의식이 있기에 알 수 있다.
‘있다’라는 것도 ‘없음’이 있기에 가능하다.
‘없음’과 ‘있음’은 하나다.
텅 빈 허공은 충만으로 가득하다.

연산폭포 직벽
연산폭포로 가는 구름다리가 텅 빈 모습이다.
내연산 겨울소나무
내연산 겨울 참나무
글·사진=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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