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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거의 계절이 가까워지고 있다. 연하장 대신 문자로 인사를 나누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된 요즘 연말연시만 되면 휴대폰 문자 받기에 몹시 바쁘다. 평소에 거의 연락을 하지 않던 분들이 갑자기 송년과 신년 문자를 보내오는 것을 보면, 내년에 출마를 하기로 한 모양이다. 벌써 문자가 많은 것을 보면, 2018년 6월 13일에 실시될 예정인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사상 유례없이 과열경쟁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선거에 당선되고 난 이후에 당선자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면, 유권자는 투표한 것을 취소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시 투표를 해서 임기만료 전이라도 선거직 공직자를 해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바로 소환(recall)이다. 소환은 특정한 사안에 대하여 국민이 직접 결정을 내리는 ‘국민투표’와 국민에 의하여 일정한 정책이 제안되는 ‘국민발안’, 국가기관이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할 경우에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국민거부’와 함께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 방법이다. 국민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나 국가의 업무를 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고, 과거 유럽의 도시국가에서는 직접민주주의로서 그렇게 하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은 워낙 인구가 많다 보니 그렇게 할 수는 없고,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간접민주주의로서 대의제이다. 그래서 주민대표나 국민대표로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여럿 출마하고, 우리는 그의 공약을 보고서 원하는 후보자를 선출하여 그 당선된 사람에게 우리의 소망을 대신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대의민주주의이고, 선거제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겠다고 굳게 맹세하고, 공약으로 제시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해서 당선된 사람이 게으르고 우리에게 상전처럼 거들먹거린다고 한다면, 부득이 해임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환의 제도적 취지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것은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의원에게는 2006. 5. 24. 제정되어 2007. 5. 25.부터 시행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로 벌써 실시되고 있다. 이미 하남시, 삼척시 등 6곳에서 시도되었으나, 실제 소환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 제도로 인하여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은 모두 직무수행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소환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에게만 적용되고 국회의원에게는 왜 적용될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그동안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은 모두 6건(7건이지만, 1건은 철회되었다)이 제안되었지만, 그중 3건은 국회의원의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그러나 ①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2016. 12. 12. 김병욱 의원 대표발의, 11인), ②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2017. 2. 3. 황영철 의원 대표발의, 33인), ③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2017. 2. 13. 박주민 의원 대표발의, 18인) 등 3건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특히 위 ③ 안은 다른 법안들과 달리, 소속 지역구 의원이 아닌 다른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소환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회의원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국민이 화를 낼 때마다 국회의원들은 정치개혁을 한답시고 제시하는 단골메뉴가 바로 국민소환이지만, 그때마다 흐지부지되는 사안 중의 하나도 역시 국민소환이다. 그만큼 국회의원에게는 손쉽게 제안할 수 있는 매력적인 것이고, 국민에게도 역시 이만큼 호감이 가는 달콤한 사안도 없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아직 2년 반이나 남았지만,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노상 싸우고,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붙었다가 떨어지고, 떨어졌다가 붙고 하는 국회의원을 보노라면, 이제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에 관한 제도를 한 번쯤 만들어서 시행해보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더욱이 국회 회의 출석률과 표결 참여율이 50% 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 경우에도 국민소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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