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0월 어느 날 월스트리트저널의 저명한 투자자들과 주식분석가들이 맨해튼의 한 호텔에 모였다. 아메리카 알루미늄회사 ‘알코아(Alcoa)’의 신임 최고경영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알코아 경영진이 헛발질을 거듭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코아 경영진이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에게 생소한 이름의 풀 오닐을 최고 경영자로 뽑은 데 대한 불만이었다.

연단에 오른 CEO 풀 오닐은 입을 열었다. “나는 알코아를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으로 만들어 사고율 제로를 목표로 할 작정입니다” 자신들의 예상과는 180도나 어긋난 오닐의 첫 일성에 투자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지금까지는 신임 최고 경영자는 자기소개를 한 후 이익을 신장하고 비용을 줄이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오닐은 이익이나 세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회사의 모두가 탁월한 일부가 되기 위한 습관을 형성하는데 매진할 것입니다. 습관이 얼마나 바뀌었나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안전수치입니다. 알코아는 안전수치로 평가 받겠습니다”

오닐의 연설이 끝나자 투자자들은 앞다투어 연설회장을 빠져나가 다른 투자자들에게 전했다. “이사진이 정신 나간 히피를 최고 경영자로 뽑았어. 그자가 알코아를 죽일 것이오. 알코아 주식을 당장 팔아야 겠소.” 하지만 알코아 주식을 팔라고 한 전화질이 얼마나 어리석은 조언이었는지 얼마 안가 판가름났다.

오닐 취임 1년 만에 알코아 기업 역사상 최고 이익을 올렸던 것이다. 오닐이 취임하기 전엔 알코아 모든 공장에서 1주일에 한 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했지만 오닐의 안전계획이 시행된 후로는 사고 때문에 근무 일수를 상실하는 노동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산재율이 미국 평균의 20분의 1로 떨어졌다.

구조적으로 잠재적 사고 위험도가 높은 기업을 안전의 요새로 구축, 황금알을 낳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비결은 전 종업원에 ‘안전제일’을 습관화 한데 있었다.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낚싯배 전복, 29명이 사망한 제천화재 참사는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그대로임을 보여주었다. 국민 모두의 ‘안전제일’ 습관화가 급선무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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