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정연호 경위 생전 모습. 대구경찰청 제공.
내년에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린 아들(6)은 한없이 울부짖는 엄마의 품에 안겨 활짝 웃는 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영정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나는 경찰관이 너무 좋아, 갔다 올 게 여보”라는 마지막 말을 엄마에게 남긴 아버지는 그렇게 영면에 들었다.

자살기도자를 구하려다 추락해 사망한 고(故) 정연호(40) 경위의 영결식이 열린 24일 오전 대구수성경찰서 앞마당은 찌푸린 하늘만큼이나 비통하기만 했다. 400여 명의 영결식 참석자들의 마음도 그랬다.

수성서 범어지구대 동료인 배중민 경사는 고별사를 통해 “이 땅의 경찰관들이 얼마나 죽어야 합니까. 도와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 떨어지는 너를 붙잡지 못한 죄 어찌하느냐”며 울고 또 울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고인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고 “시민의 생명을 먼저 생각한 경찰관을 잃게 돼 안타깝다”고 유가족을 위로했고, 이준섭 대구경찰청장도 눈물을 삼켜가면서 “당신은 자신의 안전보다는 시민의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참 경찰관이었다”며 조사를 읽어 내려 갔다.

영결식을 마친 정 경위의 유해는 대구명복공원에서 화장됐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정됐다.
자살기도자를 구하려다 추락사한 고 정연호 경위의 영결식이 열린 24일 이준섭 대구경찰청장이 헌화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정 경위는 21일 오후 8시 11분께 “아들이 번개탄을 사서 들어왔는데 조치해 달라”는 112 신고에 따라 동료와 함께 출동해 상담 중 A씨(30)가 갑자기 동생의 방으로 들어가 출입문을 잠근 뒤 창문 여는 소리가 나자 위급하다고 판단해 아파트 9층 외벽 창문으로 잠긴 방에 들어가려다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당시 정연호 경사에게 1계급 특진과 훈장 추서 결정을 내렸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3일 빈소를 조문하고 “훌륭한 경찰관을 잃게 돼 안타깝다. 시민을 위해 생명을 바친 고인의 숭고한 뜻을 잊지 않겠다. 용기를 잃지 마시라”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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