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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연말이 되면 직장마다 퇴직자와 석별로 술렁거린다. 말이 쉽지 평생 몸담은 직장에서 젊음을 다 바쳐 정년퇴직까지 버티기가 여간 힘이 들어 축복받고 대우는 당연하다.

젊고 안정된 공직에 한창 잘 나갈 때는 나도 가는 세월 아깝고 한 해가 저무는 연말이 되면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이 두렵고 창피하기까지 했다. 신나게 직장생활을 하는 동전 앞면의 ‘인생 1막’을 돌고 환갑과 함께 퇴직하여 자연인이 되어 원점으로 왔다.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육십 간지의 환갑에 ‘인생 2막’이 시작되어 재탄생하는 기분으로 출발하니 감회가 새롭다. 동전 뒷면의 또 다른 조용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 동전 앞면에서 아등바등하며 천방지축 벌려놓은 못다 한 인생살이를 동전 뒷면에서 다듬고 간추리며 마무리하는 차분한 인생정리 나름대로 보람과 즐거움도 있다.

남들이 보면 서글플지는 몰라도 본인으로 보면 매달 ‘알돈 같은 연금’이 계좌 입금되고 자유로운 생활이 스트레스를 덜 받아 마음이 편해 행복도 있다. 그나마 백세시대에 노인들이 일자리가 없어 절반은 의식주 해결에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천만다행으로 국민기초연금이 노인들의 보약이며 현실화가 효도다.

나라 안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어수선하고, 사드 배치로 중국과 갈등, 지난해 경주에 이어 올해 포항 강진으로 온 국민이 지진 트라우마로 불안하다. 그나마 기하급수의 국가 예산과 국민 복지에 수출 고공행진과 안정적 경제 덕이기에 특히 연금 수급자는 국가안보가 소중하여 늘 고맙고 감사하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공직생활에는 힘들 때가 많았다. 암 덩어리인 스트레스를 달고도 버텼기에 정년퇴직하고 연금으로 밥은 먹기에 다행이다. 새마을운동 시절 내가 겪은 공직생활은 한마디로 일사천리다. ‘하면 된다’고 하라면 해야 되고 이유를 달면 안 된다. 군수나 면장이 시책 하나 떨어지면 ‘불도저’ 식 추진력으로 밀어붙였다. 논에 피뽑기부터 가뭄에 하천굴착, 하곡 추곡수매, 퇴비증산 목표량 달성, 잦은 산불로 비상에 밤낮이 없었다.

공무원 교육받으러 대구 산격동 도청 안에 있는 교육원에 수시로 불러 정신교육과 시책 교육도 받았다. 새벽에는 기상과 함께 국민체조와 도청에서 대구역 왕복 구보도 새마을 노래 복창하며 달렸다. 대구역 광장에는 남녀 학생들까지 새마을청소도 하여 온 국민 뭉쳐 조국근대화에 합심했기에 지금 잘살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신의 직장 철밥통인 공직도 하루에 몇 번 사표 쓰는 심정으로 험난한 공직생활을 했다. 힘들 때는 면서기 치우고 농사짓는다고 했고, 실제로 견디다 못해 대판 난리를 치고 그만둔 경우도 있다. 그 시절 공무원보다도 은행원과 회사원이 인기다. 상업고가 뜯다.

과거 박봉으로 홀대받는 면서기 공시생으로 용이 되었다. 인생사 살아보니 다 하기 나름이다. 정년 확실한 공직도 비리와 사고로 중도 하차 경우를 보면 공직뿐만 아니라 월급을 받는 모든 직장인은 성실하게 열심히 근무하며 끝까지 버티는 것이 장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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