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 필요할 것 같아서 ‘사회과정 중심 글쓰기 : 작문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책을 읽다 문득 그 옛날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아직도 제게는 ‘조목조목 가리고 따지는’ 설명이 불편합니다. 아는 것이 실천의 의무를 면제해 줄 수도 있다는 헛된 믿음을 그것들이 부추기는 것 같아서 싫습니다. 그와 관련해서 오늘은 공자님이 말씀하신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말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그 말의 뜻은 다음과 같이 이해됩니다.
* 군자는 일정한 용도로 쓰이는 그릇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한 가지 재능에만 얽매이지 않고 인생만사 두루 살피고 원만해야 한다는 말.
* 바람직한 지식인은 스페셜리스트이면서 동시에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말.
* 군자는 한낱 도구적인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바람직한 인간 존재는 덕과 인, 지식과 실천력을 겸비한, 자목적적(自目的的)인 통일체라야 한다는 말.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올수록 설명이 점점 추상적입니다. 마지막의 ‘자목적적인 통일적 존재’라는 말은 제가 만들어 본 것입니다. 현재 저의 생각으로는 그것이 가장 유용한 현대적 해석인 것 같습니다. ‘도구(器)’라는 말을 무엇의 ‘수단(적 존재)’이라고 본 해석입니다. 군자(이상적 인간 존재)는 그것(수단적 존재성)을 뛰어넘어 스스로가 존재의 목적이 되는 경지를 지향해야 합니다. 그래야 무엇이든 유용한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세상에 기여도 하고 자기를 희생도 합니다.
글쓰기 공부에 관련해서 그 해석을 활용해 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 견물생심(見物生心)’입니다. 자기(self)를 해체하고, 오직 보이는 것에 충실해야 합니다. 내 안의 욕심이 바깥으로 함부로 나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무용지식(無用知識)의 유혹을 끊고 부단히 쓰기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자목적적인 존재가 되기를 노력해야 합니다. 군자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