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장난감 가게가 지역신문에 ‘산타와 통화할 수 있다’며 산타 전화번호가 있는 광고를 실었다. 하지만 우연한 실수로 번호를 잘못 써 북미대공방위사령부(NORAD)의 전신인 대륙반공사령부의 전화번호가 게재됐다. 이 전화번호를 보고 한 어린이가 전화로 “산타이신가요?”라고 물었고, 당시 근무 중이던 군인이 아이에게 “올해 한 해 잘 지냈니”하며 동심을 지켜 줬다.

이후 NORAD는 올해까지 63년째 산타역을 맡아 전 세계 어린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고 있다. 올해도 NORAD는 는 24일과 25일 ‘산타 추적본부’로 변신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NORAD본부는 산타의 행방을 묻는 어린이들의 전화에 친절하게 응대하기 위해 산타모자를 쓴 자원봉사자 수백 명을 동원했을 정도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도널드 트럼프-멜라니아 미국 대통령 부부도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산타의 위치를 알기 위해 NORAD에 전화한 어린이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NORAD는 별도 웹사이트를 열어 3차원 그래픽으로 산타 썰매가 지구를 도는 실시간 영상을 제공했다. 산타는 24일(한국시간) 오후 11시 아이들이 막 잠든 시간 한반도를 지났다. 산타는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72억8천만 개의 선물을 배달했다. 산타는 서울은 물론 대구·경북지역도 예외 없이 찾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성탄전야 미사에서 난민과 이민자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교황은 “요셉과 마리아의 발자국에 수많은 다른 발자국이 숨겨져 있다. 오늘날 강제로 여정을 시작한 가족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고향을 떠나도록 내몰린 수백만 명의 발자국을 본다”고 했다. 

산타는 핵실험으로 피폐한 북한의 농촌과 산촌에도 찾았을 것이다. 산타는 올해도 북한의 어린이들에겐 따뜻한 안부를 묻지 못했을 것이다. 북한 김정은은 “적대 세력들이 내부에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사상 독소를 퍼뜨리고 있다.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뿌리 뽑기 위한 섬멸전을 강도 높이 벌여 나가야 한다”며 단속과 검열을 지시했다. 더욱 가혹한 인권탄압을 예고한 것이다. 북한 어린이들과 억압된 수백만 인민의 전화를 받아 줄 산타는 한반도 상공을 지나서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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