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객 사이에 사흘이 앉아 있다

누구도 고인과의 관계를 묻지 않는다

누구 피붙이 살붙이 같은 사흘이

있는 듯 없는 듯 떨어져 있다

눈코입귀가 눌린 사람들이

거울에 납작하게 붙어 편육을 먹는다

사흘이 빈소 돌며 잔을 채운다

국과 밥을 받아 놓고 먹는 듯 마는 듯

상주가 사흘을 붙잡고 흐느낀다

사흘은 가만히 사흘 밤낮을 안아 준다

죽은 뒤에 생기는 사흘이라는 품

그 사흘 지나 종이신 신고

불 속으로 걸어가는 사흘이 있다






감상) 앞으로 남은 날이 딱 3일 밖에 없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다. 못 가본 곳을 여행하고, 먹고 싶었던 것을 먹고, 보고 싶던 영화를 보고, 그립던 친구를 만나고……. 빼곡히 적어가다 그 종이를 강물에 던져버렸다. 그것들은 3달이 남아있다해도 결국 안 할 것들이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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