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석 에스포항병원 뇌·혈관병원 심장센터장 · 심장내과 진료과장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추위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요즘은 갑작스러운 심혈관질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나는 시기다. 실제 서울소방재난본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심장 질환 관련 구급 활동은 12월에 가장 많았다고 한다. 무려 4천560건이나 된다는 것이다. 이를 시간대별로 나눠보면 아마도 아침이 제일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갑자기 차가운 공기에 몸이 노출되면 우리 몸의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말초동맥이 수축해 혈압이 높아지며 심장이 느끼는 부담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이때 평소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의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면 더욱더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좁아지면 협심증이 나타나게 된다. 또 관상동맥이 아예 막혀 혈액공급이 차단, 심장근육이 괴사하면 심근경색이 되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협심증과 심근경색 모두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과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을 할 때 심장이 더 많이 뛰는 증상 모두 비슷하나 협심증의 경우 조금 쉬면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심근경색은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며 치료에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이뿐만 아니다. 평소 노화의 과정이라 여기고 무심코 지나쳤을 수도 있는 심부전증이라는 질환을 주의해야 한다. 증상은 호흡곤란, 다리가 붓거나 심한 피로감을 동반한다. 심부전증은 심장이 손상돼 더 이상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라는 의미로 ‘심장질환의 종착지’라고도 부른다. 주로 60대 이상에서 나타나는 질환으로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져 이차적으로 생길 수도 있고 고혈압이나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서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심부전증의 사망률을 보면 1년 사망률이 15~16%, 5년 사망률은 약 50% 정도로 높은 편이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심혈관질환은 최근 약물의 발달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면 치명적인 문제는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등 질환을 가진 환자가 추운 날씨에 증상이 악화됐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심장혈관조영술을 비롯한 검사를 즉각적으로 시행하고 관상동맥스텐트시술이나 관상동맥우회술 등의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러한 수술은 막힌 심혈관을 근본적으로 뚫어주거나 막히지 않은 혈관과 이어주는 수술이다. 또 심부전증으로 심장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경우 심장이식 수술도 고려할 수 있다.

그렇다면 치료를 하기 전 미리미리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평소 혈압계를 집에 구비해 두고 자신의 혈압을 재어보고 혈압을 관리할 것을 추천한다. 혈압은 아침에 기상 후 1시간 내, 화장실을 다녀온 후 아침 식사를 하기 전 재고 저녁에는 잠들기 전, 화장실을 다녀온 후 측정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루 두 번 혹은 그 이상으로 재서 평균을 내 보면 그것이 자신의 혈압인 것이다. 혈압은 수축기 혈압 140㎜Hg, 이완기 혈압 90㎜Hg 이상으로 나오게 되면 일반적으로 고혈압으로 얘기하는데, 이럴 경우 병원을 찾아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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