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화 대한적십사자 경북지사 봉사회 포항시지구협의회 회장
안녕하세요. 포항시에서 적십자봉사원을 이끌고 있는 김기화입니다.

고등학교 어머니회장을 맡으며 어려운 경제 상황의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고, 우리 이웃에 도움을 주는 적십자 봉사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1만 시간을 보냈습니다.

15년 전 당차게 적십자의 문을 두드렸던 그때, 조금은 낯설고 수줍기도 했습니다. 따뜻하게 하나하나 알려줬던 선배 봉사원들…사람들과 점점 정을 쌓으니 봉사활동도 더 힘이 나고 보람됐습니다. 그렇게 1만 시간이 넘는 동안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이번 지진피해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11월 15일 낮, 그 큰 울림으로 포항시민 모두가 불안에 떨었습니다. 지난해 9월 12일 경주지진으로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맞닥뜨린 상황에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지진 발생 직후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의 응급구호품 1천100세트가 포항으로 내려올 것이란 소식을 접했고, 우리 포항의 봉사원들은 이재민 대피소로 달려갔습니다.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요? 우리는 지진 발생 당일 밤 이재민 대피소 중 하나인 대도중학교에 터를 잡고 다음 날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연희 회장님을 비롯한 흥해적십자봉사회는 흥해실내체육관으로 달려갔고, 이후 남산초등학교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적십자봉사원이 불안해하는 이재민을 도왔습니다.

이재민들이 하루속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랐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한 달이 다 되어 가도록 우리 적십자봉사원들은 내 가족을 돌본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무료급식에 매달렸습니다. 우리에게 체력의 한계가 엄습하려던 시기, 경북지역 타 시군 적십자봉사회에서 교대로 찾아와 큰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생각해보면 혼자서 하는 봉사로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습니다. 힘겨울 때마다 적십자봉사회 포항시지구협의회를 내 집으로 여기며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받은 관심과 사랑만큼 봉사원 여러분에게 돌려주지 못해 늘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저는 오늘도 새벽 서리를 맞으며 노란 조끼 적십자봉사원들과 함께 적십자 인도주의 등불을 밝히기 위해 힘차게 달려가고자 합니다. 지진피해로 고통받고 계시는 포항시민 여러분 힘내십시오. 여러분 곁에는 적십자봉사원들이 늘 함께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