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분수, 동양의 폭포처럼 극명하게 대별되는 놀이 문화가 있다. 서양에 역동적인 불꽃놀이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잔잔하고 서성적인 낙화놀이가 있다. 우리 선조들은 밤 하늘에서 물 위로 떨어지며 명멸하는 불꽃을 보면서 뱃놀이나 시회(詩會) 등의 유희를 즐겼다. 낙화놀이는 ‘낙화유(落火遊)’라고 하기도 하고 ‘줄불놀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 낙화놀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안동 풍천 하회마을 선유줄불놀이다. 하회 줄불놀이는 임진왜란 공신 류성룡이 관직에서 물러나 낙향한 뒤 그의 형과 함께 낙동강에서 뱃놀이를 했다는 유래를 근거로 17세기 초부터 놀이가 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전해졌다는 설도 있다.

하회 선유줄불놀이는 뱃놀이·낙화놀이·달걀불놀이·줄불놀이 등의 네 가지로 이뤄진다. 태극 모양의 물돌이 마을 강가에는 아름다운 정자가 있고 강의 북쪽에는 기암절벽 부용대가 있다. 이곳은 부용대에서 강을 가로질러 불꽃이 흘러내릴 수 있게 할 수 있는 낙화놀이 적격의 자연환경이다.

음력 7월 16일 밤 달이 떠오르면 선비들이 기생들을 거느리고 나룻배를 타고 강물 위에 자리 잡는다. 선비들은 서로 술잔을 권하며 정담을 나누다가 흥이 일면 시를 읊고, 기생들도 노래와 춤으로 뱃놀이의 흥을 돋운다. 상류에서는 수많은 달걀불이 흘러내리고 부용대 마루에서는 불덩이를 던져 강기슭이 온통 불꽃으로 뒤덮이게 한다.

무엇보다 새끼줄을 부용대의 소나무에 묶고 끝은 만송정의 소나무에 매달아 불꽃가루를 낙동강에 흩뿌리게 하는 낙화유는 최고의 경지다. 만송정 쪽에서 마른 쑥으로 봉지 끝에 불을 붙이면, 부용대 쪽에서 서서히 불집을 당겨 올린다. 봉지의 불이 천천히 타오르면서 타닥타닥 소리를 내고, 불꽃이 꽃가루 흐르듯이 허공에서 물 위로 떨어지며 황홀경을 연출한다.

26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성화가 화회마을 부용대에 올라 오륜기와 함께 내려오는 줄불놀이 꼴라보를 보여줬다. 지난 88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다시 찾은 올림픽 성화를 환영하는 행사였다. 안동 하회마을의 전통 불꽃놀이를 이 시대에 맞게 잘 응용한 감동적인 행사였다. 안동시가 줄불놀이를 국내는 물론 세계에 알릴 수 있게 잘 보존 전승해야겠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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