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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성일 편집국 부국장
지진이 발생했던 흥해 들판을 동해선 열차가 미끄러지듯 질주한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열차는 지진 진앙지를 평화롭게 횡단한다.

경적을 울리며 희망을 싣고 힘차게 달린다. 동해 푸른 바닷물도 반가운 손짓을 하며 함께 따라온다.

하늘엔 에어 포항 비행기가 사뿐 날아올라 창공을 가른다. 지진이 휩쓸고 간 흥해는 깊은 한숨이 사라지고 새로움에 대한 기대의 눈길로 가득 찼다.

곳곳엔 복구가 한창이다. 부서지고 갈라진 집과 건물은 자취를 감추고 새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굴착기와 기중기의 굉음은 소음이 아니라 새 도시를 건설하는 희망의 소리로 들려오고 있다.

불안한 표정과 안타까운 목소리는 더 이상 흥해에서 찾아볼 수 없다. 지진 초기, 깊은 절망의 늪에서 힘들어했던 주민들은 옮겨간 새 보금자리에서 옛 보금자리가 새롭게 변화하는 모습을 희망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지진은 분명 재앙이었지만 그 재앙이 새로운 희망으로 바뀌고 있다.

위기가 기회로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이재민들은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한 공무원과 지역 국회의원, 지역 종교와 사회단체 그리고 시민들의 헌신적인 도움과 봉사에 더 이상 절망만 할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부겸 행안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흥해를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게 했다. 멀리 바다 건너 해외와 전국에서 보내준 성금과 구호물품 그리고 자원봉사의 따뜻한 손길과 위로가 있었기에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포항시민은 그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보내준 감동의 물결에 화답하는 것은 더 이상 절망하지 말고 희망으로 다시 일어서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흥해는 정부가 도시 특별재생지역으로 선정해 어떠한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안전한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지진 발생으로 가장 불안한 지역이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건설되고 있다. 흥해는 물론 포항 전 지역이 지진극복의 위대한 시민 정신을 보여줘 주목받는 도시가 됐다.

포항의 노력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도심의 폐철도 부지를 공원화하는 그린웨이 개통식이 꽃피는 봄에 열린다.

포항이 지진을 극복하고 꽃을 피워낸 것이다. 개통식에는 지진에 도움의 손길을 보내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성금과 구호품을 보내준 모든 분을 초청할 계획이다.

이분들이 자신들의 도움과 격려로 재난극복 모범 사례 현장을 찾아 보람을 느끼고 함께 그린웨이를 걸으며 희망을 얘기할 것이다.

열차는 다시 흥해 들판을 지나 북쪽으로 향한다. 이윽고 그림 같은 월포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월포역 플랫폼에 경적을 울리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들어선다.

바다에서 갓 집어 올린 진주와 같은 영롱한 아침 햇살이 부서지는 청하 윌포 바다가 가득 눈에 들어와 이내 가슴을 맑은 감동으로 벅차오르게 한다.

월포역은 걸어서 2분이면 바다에 닿을 수 있는 전국 유일한 아름다운 역이다. 포항의 정동진으로 불려도 부족함이 없다.

오랜 숙원이었던 철도 개통으로 월포역은 젊은 청춘 남녀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될 전망이다. 끝없는 백사장을 손잡고 걷노라면 바다 위의 조그마한 아치형 다리를 만나게 된다. 이 다리는 갈매기의 축하를 받으며 사랑을 약속하는 멋진 데이트 장소로 곧 떠오를 것이다.

전통 그물 후릿배 어부들도 청춘남녀들을 반길 것이다. 이곳은 지형적으로 대한민국의 허리인 태백산맥이 시작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사랑을 맺은 청춘남녀들은 대한민국을 세계 속에 우뚝 서게 할 당당한 주역으로 성장할 것이다. 북방대륙으로 향하는 이곳은 대한민국이 세계로 날개를 활짝 펴는 출발점이기에 예사로운 곳이 아니다. 포항 청하 월포역에 청춘남녀들이 구름같이 찾아올 것이다. 새롭게 태어나는 평화로운 흥해와 월포역 플랫폼에 가득 내리는 청춘남녀들을 상상해본다. ‘즐거운 상상’은 ‘행복한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곽성일 편집국 부국장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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