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감상) 저장된 전화번호를 두고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찾지 못할 때 있다. 그럴 때 그 사람의 특징적인 부분을 저장해 놓으면 효과적일 때 있다. 그러고 보면 이름을 참 잘 바꿀 수도 있는 즈음이다. 좋은 이름보다는 좋은 느낌이 오래 각인될 수 있다는 걸 뭐든 쉽게 잊어버릴 나이가 될 즈음에야 알게 되는 것 같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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