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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균 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연말에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2017년 12월 21일 저녁 9시 20분경 자살하려는 시민을 구하러 간 경찰이 아파트 9층에서 떨어져 순직했다. 대구 수성경찰서 범어지구대 소속 정연호 경사의 이야기다. 당시 정 경사는 ‘아들이 번개탄을 사서 집에 들어 왔는데, 자살하려는 것 같다. 도와 달라’는 A씨(30세) 부모의 신고를 받고, 한모 경위와 함께 아파트로 출동했다. 한 경위는 거실에서 A씨의 아버지와 대화를 하고 있었고, 정 경사는 방에서 A씨와 어머니를 상대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 도중에 A씨가 갑자기 다른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고, 방 안에서는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정 경사는 A씨가 아파트 9층에서 뛰어내릴 것 같은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옆방에서 문이 잠긴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아파트 외벽 창문으로 진입하던 도중 미끄러져 추락했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했다. A씨는 투신하지 않았다.

평소 정연호 경사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특히 봉사 정신이 뛰어난 경찰로서 평가받던 인물이다. 정 경사는 사랑하는 아내와 내년에 유치원에 들어갈 6살짜리 아들을 두었다. 정 경사의 영결식은 주위 동료들과 시민들의 오열 속에 대구지방경찰청장(葬)으로 열렸고, 정부는 정 경사에게 1계급 특진과 훈장을 추서했다. 참으로 아까운 인물을 하늘로 보냈다.

경찰이라는 직업은 업무의 성격상 늘 위험 속에 노출돼 있다. 즉 경찰은 범죄가 발생한 지역이나 우려되는 지역 등 위험한 장소를 찾아다니는 순찰업무의 특성상 여러 형태의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정연호 경사의 사례와 같이, 자살구호와 같은 업무뿐만 아니라 음주단속과 교통사고 처리 등과 같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례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관 중에는 업무에서 생긴 스트레스나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찰관은 야간근무와 불규칙한 근무패턴 등으로 인한 유병률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경찰관들의 업무 중 사망한 경우에 순직으로 처리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지난 9월 26일 새벽 2시 50분께 포항 북부경찰서 죽도파출소에서 최모 경장이 코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다. 그는 전날 오후 6시 30분부터 야간 근무를 시작해 주취 폭행사건을 처리한 후 새벽 1시부터 휴게 시간 동안 숙직실에서 잠시 쉬는 중이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의학적으로 공무상 과로로 인한 연관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순직을 승인하지 않았다. 수긍할 수 없는 결정이다. 유족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신청함과 동시에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제출했다. 최 경장은 반드시 순직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경찰관의 업무특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법 적용이 필요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관들을 국가가 지켜주어야 한다. 국가의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경찰만이 아니고 소방관, 군인 등에게도 적용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국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파출소와 지구대 등 외근경찰은 24시간 근무시스템이다. 완벽한 치안 시스템의 확립을 위해서는 원활한 임무교대와 휴식 후 근무가 가능해야 한다. 민생치안현장에 직접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현장 경찰력의 인원보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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