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첫날 아침에 우리는

희망과 배반에 대해 말했습니다

설레임에 대해서만 말해야 하는데

두려움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산맥을 딛고 오르는 뜨겁고 뭉클한

햇덩이 같은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않고

울음처럼 질펀하게 땅을 적시는

산동네에 내리는 눈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오래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느티나무에 쌓이는

아침 까치소리 들었지만

골목길 둔탁하게 밟고 지나가는

불안한 소리에 대해서도

똑같이 귀기울여야 했습니다

새해 첫날 아침

우리는 잠시 많은 것을 덮어두고

푸근하고 편안한 말씀만을

나누어야 하는데

아직은 걱정스런 말들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올해도 새해 첫날 아침

절망과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감상) 늦게 온 사랑과 이별한 친구는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비단 사랑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 삶에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건 인생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전제를 달고 시작하는 새해다. 다만 안 된다는 말은 늘 된다는 말을 물고 온다는 것도 잊지 않는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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