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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대 변호사
새해가 밝았다. 당신은 지난 한해를 되돌아본다. 무언가 달라진 것이 있는지 살핀다. 실망스럽지만 아무것도 없다. 더 나은 인간이 된 것 같지도 않고 더 인간적으로 성숙해진 것 같지도 않다. 세속적으로도 더 부자가 된 것 같지도 않고 더 성공한 것 같지도 않다.

하루하루 열심히 일했지만 어쩌면 헛된 노력 그게 전부였던 것 같다. 실제로는 보람과 의미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좌절과 실패가 더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젊은 시절보다 나이가 들면 뜻대로 되지 않은 일이 점점 많아진다. 무엇보다 자녀나 배우자가 당신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자녀들이지만 해가 갈수록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주장을 내세운다. 그리고 그 주장들은 점점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사랑하는 배우자도 오랜 세월을 함께 했지만 그것만으로 당신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당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인간관계나 거래 또는 계약관계를 맺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원하고 바라지만 그들은 그들 뜻대로 한다. 당신도 그들 뜻대로 하지 않으니 피차일반인지도 모른다.

당신이 하는 일도 당신 뜻대로 되는 경우보다 뜻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과 그 결과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때때로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운 상황을 전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당신 뜻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주변 사람들이 당신의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긴다면 당신은 아마 살아가는 일이 편해지고 수월해질 것이다. 당신은 마음에 들지 않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까지 갈아치우려 들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보니 사실 당신 뜻대로 하는 것은 남에게 강요하고 남을 지배하는 불행한 일이 된다.

당신은 차를 몰고 도로를 달린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편하게 빨리 가기를 원한다. 도로는 쏟아지는 차들로 금세 막힌다. 당신은 도로가 막힌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사실 당신은 도로를 막고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당신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라고 아예 포기하는 게 나을까. 은행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것처럼 차분히 순서가 돌아오기를 기다릴까. 그것은 상황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고 돌아서는 것도 방법이다. 당신은 당신의 몫을 묵묵히 해나갈 수도 있다. 당신은 나이를 먹을수록, 연륜이 쌓일수록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실 당신은 한 그루 나무와 같다. 나무는 떨어져서 자란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서로 방해가 된다. 하나의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룬다. 숲은 나무에게 좋은 환경을 만든다. 함께 땅을 눌러 토사가 흘러내리는 일이 없게 하고 홍수가 지는 것도 막는다.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지만 당신은 꿈꿀 수 있다. 꿈꾸느라 잠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당신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에 등을 돌리거나 사람들과 떨어져 홀로 있지 않는다. 세상일이 당신 뜻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당신은 알기 때문이다.
윤정대 변호사
서선미 기자 meeyane@kyongbuk.com

인터넷경북일보 속보 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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