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기 지방 생존 위해 ‘4대 협의체’서 분권 운동 본격화
조직권·재정권 갖춘 지방자치권 확보로 실질적 분권 이뤄야

▲ 지방 4대 협의체의 회장들이 7일 경북도청 대외통상교류관에서 간담회를 갖고 지방분권 개헌을 위한 지방의 뜻을 모았다.(왼쪽부터 이환설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 양준욱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 김관용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박성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경북일보DB
△올해 지방분권 공화국형 개헌 이뤄질까

무술년 새해가 밝으면서 한국 헌정사에 있어 다시 한번 큰 획을 그을 제 10차 개헌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민국헌법은 지난 1948년 7월 17일 제헌 헌법을 제정·공포한 뒤 1987년 10월 27일 제 9차 개헌에 이르기까지 모두 9차례의 개헌이 있었다.

현대 민주주의를 대표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지난 1787년 전문과 본문 7조로 이뤄진 헌법을 제정한 뒤 지금까지 27조에 이르는 수정조항(amendment)만 부여했을 뿐 제정헌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는 국민주권과 연방주의, 삼권분립 등 국가 성립의 가장 중요한 부분만 성문화하는 대신 시대적 변화에 따라 꼭 필요한 경우 본문의 정신에 따라 수정조항을 가미시키는 유연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수정조항들을 살펴봐도 남북전쟁 후 노예제도 폐지(수정 13조), 시민의 평등한 보호에 관한 규정(수정 14호), 흑인에 대한 선거권 부여(수정 제15조), 대통령의 3선 제한 규정(수정 제22조) 등 국민의 권리에 관한 내용만 추가됐다.

미국 헌법이 한국 헌법과 달리 연방정부 모임에 의해 국가가 구성되면서 국가의 권한을 최소화하는 대신 연방의 권한을 최대화시키고, 사법부 권한이 강화된 3권 분립을 이룸으로써 그리 많지 않은 조항만으로도 가장 선진화된 민주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반면 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갑작스레 광복을 맞은 한국은 경험해 보지 않았던 민주주의식 헌법을 제정한 뒤 일부 권력자에 의한 일방적인 헌법 개정으로 인해 무려 9차례의 개헌을 했지만 여전히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9차 개헌 이후 노무현 정권에서부터 개헌 논의가 이어졌지만 결국 10년이 지난 지난해 1월에야 국회 개헌특위가 구성됐고, 그로부터 1년이 흘렀지만 23차례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기초 조문조차 만들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의 4년 중임제와 자유한국당의 분권형 대통령제 주장 간 팽팽한 줄다리기와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민주당과 12월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이 대립각을 세웠을 뿐 1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냈다.

무엇보다 지방분권을 주장하는 전국 지방 및 광역단체의 목소리는 아예 귀담아 들을 틈도 없었다. 결국 또 한번의 개헌을 앞두고 있는 한국의 지방분권은 어쩌면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2월 6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당ㆍ선거분야,정부형태(권력구조) 분야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
△지방분권 왜 필요한가

지방분권이란 국가의 통치권과 행정권의 일부가 각 지방정부에 위임 또는 부여돼 지방주민 또는 그 대표자의 의사와 책임 아래 행사하는 체제를 말한다.

지방분권은 크게 중앙정부가 국가사무와 권한을 각 지방정부에 위임해 중앙정부의 감독 아래 수행하도록 하는 행정적 분권(위임 행정)과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방의 모든 행정사무를 고유사무로 인식하고 독자적인 입장에서 부여된 권한을 행사해 자주적으로 행정을 수행하는 자치적 분권(자치행정)으로 나뉜다. 무엇보다 지방분권은 중앙집권에 비해 지방의 특수성과 실정에 맞는 행정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으며, 지방의 행정기관이나 주민들의 사기와 창의성을 향상시키고 애향심을 고취하는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중앙집권적·권력집중형 통치구조로 이뤄진 한국의 경우 지방분권을 통해 중앙에 집중돼 있던 권력을 지방과 국민에게 분산시킴으로써 권력 집중화를 개선할 수 있게 된다.

정치적 권력 외에도 각 지방 특색에 걸맞는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될 경우 수도권 집중화 현상 역시 크게 완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지난 1970년대 이후 수도권 집중 현상 해소 요구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날이 갈수록 심화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면적은 전체 국토면적의 11%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지난해 말 현재 49.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2000년 46.3%에 비해 더욱 심화됐다.

전국 20대 순위 대학의 80%가 수도권에 있으며, 100대 기업의 본사 91%, 벤처기업중 72%, 상장사 자본금 82%, 의료기관 52%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그야말로 권력과 경제와 교육, 사회, 문화 등 모든 것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나머지 지방은 그야말로 껍데기만 남는 형국이다. 특히 최근 10년간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것들마저 수도권으로 모두 빼앗기는 현상이 빚어졌다.

노무현 정권 당시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분산하는 등 국가 및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그 성과 역시 미미하기 그지 없다. 이로 인해 최근 연구자료에 의하면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3분의 1 이상, 전국 3천502개 읍·면·동 중 40% 가량이 30년 뒤 소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즉 인구 고령화 및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수도권만 살고, 지방은 소멸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지방소멸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전국 광역단체 및 지방자치단체들이 생존을 내건 지방분권화 움직임이 본격화 됐다.

전국 시·도지사 및 시·도의회,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및 시·군의회가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4대 협의체는 지난해 12월 경북도청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이 간담회 참석자들은 “국회의 개헌 논의 과정을 파악해 본 결과 지방분권형 개헌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방 4대 협의체가 마음을 모아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을 위해 공동대응을 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4대 협의체장 간 더욱 활발한 교류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자치분권 로드맵에 지방의회 요구사항이 어느 정도 포함됐지만 작성단계부터 의견을 수렵하지 않아 계획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제 10차 헌법개정, 지방분권 무엇이 담겨야 하나


한국의 헌법은 지난 1948년 제헌 헌법 이후 1987년 제 9차 개헌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개헌이 이뤄졌다. 그러나 8차 개헌까지는 그야말로 정권유지를 위한 권력자의 불법·편법이 판을 치다 9차 개헌에서 그나마 제대로 된 절차에 의해 국민의 의지를 담아냈다.

그렇지만 이 9차 개헌마저도 대통령의 권한이 절대적으로 강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지방자치에 관한 규정(제 8장 지방자치 제117조(지방자치단체) 및 제118조(지방의회))도 담았지만 국가 위임사무를 수행하는 그야말로 이름뿐인 자치분권에 그쳤다.

또한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던 1991년 마침내 지방의회 선거가 치러지면서 마침내 지방분권시대 개막을 알렸지만 27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화는 멀기만 한 실정이다.

지방분권화의 핵심은 무엇보다 지방자치정부의 기본적 권한과 책임, 재정 안정성, 자율적 인적확보 등 자치권 행사가 가능한 자치조직권과 자치 재정권을 확보해야 한다.

역대 정부 중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일부 지방분권화를 시도했었지만 지방자치권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지방재정권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허울만 그럴 싸한 지방분권이었을 뿐이었다. 따라서 이번 제 10차 개헌에서 진정한 지방분권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현행 헌법처럼 지방단체 및 의회 설립 근거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규정이 담겨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지방자치정부의 기본적인 권한과 책임 범위를 헌법 또는 법률적으로 규정화 해야 되며, 둘째 지방자치정부가 자율적으로 책임과 권한을 수행할 수 있는 재정 및 자율적 인적 확보를 명문화시켜야 한다. 실제 우리나라 243개 지방정부의 재정권한은 20%에 불과하며, 나머지 80%는 중앙정부가 갖고 있어 원천적으로 지방자치나 지방분권을 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또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마련하는 법령에 그대로 따라야 하는 현실로 인해 지방 현실에 맞지 않는 법령이나 제도가 그대로 적용되는가 하면, 훨씬 나은 해결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령에 의해 손발이 묶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개헌에서 지방분권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지방재정권과 지방조직권을 갖춘 지방자치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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