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경북일보 아젠다

이 나라에 경상북도는 어디에 있으며 대구시는 어디에 있는가?

대구와 포항, 구미, 경주, 경산, 안동은 사회경제적으로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자문하는 것이다. 이 물음에 누가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것인가. 한 때 경북은 전국 으뜸의 웅도(雄道)였다. 정부수립 이후에도 부산에 이어 3대 도시였던 대구는 지금 인구 규모로 4대 도시로 쳐졌다. 도시의 질은 그마저도 자신 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 서울 평양에 이어 3대 도시 라는 것은 전설적인 얘기다.

우선 우리 경북과 대구시의 지역경제가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돼 있다는 사실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지역 소득(잠정)’에 따르면 대구의 경제성장률은 -0.1%로 16개 시·도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2천14만8천 원으로 울산 6천95만6천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1992년부터 25년째 전국 시·도 가운데 최하위다. 경북의 경우 통계상으로는 전국 시·도 중 중간쯤은 되지만 삶의 질은 역시 하위권이다.

자산도 낮다. 1990년대까지 대구나 포항의 30평형대 아파트 가격과 비슷한 서울 아파트 값이 지금은 3배쯤 된다. 지역 출신들이 서울에 대학이나 직장을 다니면 보증금, 월세가 높아 허리가 휘는 이유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 난 것일까. 이런 사회경제구조를 가져온 것은 개인의 능력과 의지가 모자라서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세계적인 어느 학자는 “경제발전의 지속적인 요인은 ‘정치제도’에 있다고 했다. 19세기 후반까지 동일하게 살던 아메리카대륙의 노갈레스시가 두 개로 갈라져 각각 미국과 멕시코의 정치방식으로 바뀌면서 지금은 삶의 모습이 천양지차라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국가가 헌법 제119조에서 천명한 균등성장 실패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 실패라기보다는 정책 기획과 의도의 결과다. 정부의 권한이 중앙정부에 대부분 있고 지방에는 무늬만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이 중앙정부도 독과점 지배한다. 우리나라에는 두 국민이 있다. 잘사는 수도권 지방주민과 못사는 비수도권 지방주민. 이건 민주주의의 원칙에서 벗어나 ‘변칙(變則)’이다. 가짜 민주주의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래 가지고는 세계 경제 10위 권 대에 올랐다고 하지만 선진국은 언감생심이다.

이 같은 낙후와 저(低)발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물론 ‘경제 자강’이 답이다. 경제자강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분권 확보가 전제다. 지방분권은 중앙정부가 나눠주는 것만 먹는 곳에서 나누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귀족화하고 부패한 중앙 정치세력의 지배에서 지방은 독립해야 한다. 지방을 2등 국민으로 치부하는 중앙의 갑질과 싸워야 한다. 미국 13개 주가 대영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났듯이. 중앙정당들의 지방선거공천권을 박탈해야 한다. 지역 주민 스스로 지방정당을 창당하여 지방정치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물론 현행 법 개정 없이 불가능하지만 강력히 쟁취해야 한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빅토리아시대 노동자 빈민들이 차티스트운동을 통해 권리를 쟁취했다. 한가하게 헌법만 운운하는 중앙정치에 부화뇌동 할 때가 아니다. 지역 정치의 문제는 지역 사람들이 결사(結社)하는 지방정당이 책임지도록 정당법, 지방자치법, 지방재정법 등 법률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존 로크가 제창한 ‘저항권’이 이 시대 이 나라의 비수도권 지방주민들이 다시 들어야 할 횟불이다.

지방자치권의 쟁취는 지방단위(도, 시, 군)의 진정한 민주주의 정치의 시작이다. 국가공단도 국제공항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20년 전부터 지역 숙원인 대구 국가공단이 뒤늦게 만들어졌지만 이미 대기업이 들어올 기회를 놓쳤다. 버스 지내간 뒤 손 드는 격이다. 인적 물적 이동의 국제화를 위한 하늘 길을 열고자 대구 부산에 인접한 밀양에 추진한 동남권 국제공항. 10~20년 간 노력해도 허사였다. 중앙정치에 입김이 센 부산 정치인들의 한 두 방 딴지 걸기에 수포로 돌아갔다. 우리는 국회의원과 대구시장 경북도지사의 책임을 묻지 않고 선거 때마다 찍어줬지 않은가. 무책임 정치의 결과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도시는 천재지변 격인 상어떼의 습격으로 어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시장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한다.

2018년 새해를 맞았다. 새해가 새해 같지 않다.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다. 일을 해서 봉급을 받아 먹고사는 노동자들, 장사나 자영업을 해서 먹고사는 사람들은 살기가 어렵고,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경영이 어렵다. 못 살겠다고 아우성치며 일어서야 한다. 주민들의 ‘자유 의지(自由意志)’의 문제다. 우리 지역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시민정신이다. 헤겔은 “역사상 성취된 위대한 일 중에 열정 없이 이루어진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담대히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자치권을 선언하노라!”고. 경제자강을 위해 자치권을 쟁취해야 한다. 경제와 자치가 온전해지면 인문 문화부흥은 뒤 따라 오고, 문화부흥은 경제와 자치를 선순환적으로 발전시킨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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