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신새벽 어듬을 뜷고 화진해수욕장 비다위로 일출의 붉은 태양이 솟아올랐다.
무술년 새해 신새벽, 바닷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짙은 어둠이 붉은 여명으로 물드는 바닷가로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다가섰다.

태고의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바닷가는 쉼 없이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어둠과 하얀 물거품, 아득한 수평선엔 붉은 여명이 세상을 밝혀오고 있다.

원시의 순수함이 충만했다.

바닷가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세상은 고요의 바다로 빠져들었다.

그 순간 태초부터 영원한 파도만이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밀려왔다.

원시의 고요에 경외감이 가득했다.

허공 같은 순수의 바다에 사라진 생각은 이 순간 생명을 잃었다.

‘없는 곳에서 생겨난 생각이 없는 곳으로 소멸 된 순간’이다

삶을 지배하고 있는 ‘생각’인 ‘의식’들이 순수에 묻혀들었다.

순수는 인간의 ‘본래 모습’이다.

아무런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태고로부터 변함이 없는 곳.

그곳을 인간은 잊고 살아왔다.

‘생각’이라는 환상이 지어낸 의미가 모든 것을 지배했다.

여명이 어둠을 걷어내기 시작하자, 모여든 사람들은 염원의 눈길을 바다로 보냈다.

마침내 토하듯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자, 염원은 환호가 됐다. 세상의 어둠도 걷혔다.

다시 ‘생각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눈앞에 보이는 것에 경배를 하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미래’ 에게도 안녕을 빌었다.

잠시 동안 경험한 태초의 순수가 자신의 원래 모습이라고 깨닫기엔 역부족이다.

생각이 지어낸 모든 의식이 사라진 곳, 그 생각을 지어내고 지켜보는 그곳이 완전한 나의 모습이란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늘 빛나는 내 마음의 신령한 빛도 ‘생각의 더미’에 묻혀 발견치 못한다.

‘지식’이란 생각의 무게가 ‘지혜’를 가린다. 숱한 정보의 축적은 오만한 ‘아상(我相)’에 빠져들게 한다.

태초의 고요에 잠시 자취를 감췄던 ‘생각’이 바닷가 사람들에게 스며들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생각’이 사람들의 삶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저마다 생각을 가득 안고 웃음 가득한 얼굴로 총총히 바다를 떠났다.

그 뒤에서 붉은 태양이 그들의 앞길을 비추고 있다.

염원의 발걸음으로 ‘다가옴’과 ‘떠남’이라는 의미를 부여잡은 그들의 중심엔 떡국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염원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에게 진실한 염원을 만나게 새해 첫날 떡국 무료 나눔 하는 사람들은 소리 없이 분주했다.

마치 침묵 속으로 걸어온 사람들처럼 추위를 녹이는 열정으로 사람들에게 따뜻한 미소로 떡국 보시를 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는 신새벽부터 붉은 태양이 찬란한 빛을 쏟아내는 순간까지도 그들의 움직임은 여전했다.

처음과 끝이 변함이 없다. 고요함과 분주함이 그들과 함께했다. 태초의 고요와 염원의 환호성에도 늘 그 모습이다. 그들은 인근 천년고찰 보경사 신도들이다.

철산 주지 스님의 기획과 연출로 떡국 보시 행을 말없이 실천했다.

짙푸른 동해가 가득 들어오는 해맞이 명소 포항 송라 ‘화진해수욕장’의 무술년은

인간이 의미를 부여한 ‘일출의 빛’과 본래 변함없는 ‘순수의 빛’이 빛났다.

‘지금’,‘ 여기’는 늘 진리의 빛으로 가득하다.

무술년 신 새벽 어듬을 뜷고 화진해수욕장 비다위로 붉은 여명이 밝아오고 모습을 해맞이객이 스마트폰에 담고 있다.
태고의 고요를 신비를 지난 새해를 밝히는 태양이 동해 화진해수욕장위로 찬란하게 빛났다.
무술년 신새벽 보경사 신도들의 떡국 제공의 손길이 분주하다
무술년 신새벽 보경사 신도들이 떡국 보시행을 펼치고 있다.
무술년 신새벽 보경사 신도들이 대형가마솥에 떡국을 끓이고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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