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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술 오천고 교사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의미를 부여한 격변의 한 해를 보내고 무술년 개띠 해가 밝았다. 어느 시인은 ‘58년 개띠’라는 시집에서 58년 개띠를 시대의 상징으로 노래하고 있다. 지난해 가장 늦게 해가 진 전남 신안 가거도에서 새해 첫 일출이 있는 독도까지 아쉬움과 소망의 의미가 부여된 시·공간들이다. 지나간 시간과 다가오는 시간의 가치를 무게로 가늠하기 어렵지만, 더없이 소중하고 분명한 시간이다. 1년 365일은 각자 삶의 경험과 감정들에 질서를 부여한 것이지만, 새로운 한해의 시작은 경험하지 못한 두려움과 지금보다 더 나은 희망의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지기도 한다.

무술년의 무(戊)는 황금색을 상징하며 열한째 지지인 술(戌)은 개를 뜻한다. 개는 인간과 오랜 공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충직, 용맹, 영리 등의 문화적 상징성도 가지고 있다. 우리 속담에서도 하찮음, 흉함, 어리석음, 게으름, 우둔함 등 부정적 이미지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불교행사 때 벽사의 의미로 거는 불화로, 개의 형상을 한 술신(戌神) 초두라대상은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존재의 배고픔과 목마름을 면하게 하는 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석기유적에서 발견된 개 뼈와 고구려 고분의 개 그림이나 신라 고분에서 개 형상을 한 토우들의 발굴을 통해 개는 오랫동안 사람과 함께한 동물이다. 통일신라 시대 고분의 12지신상과 사도세자 작으로 전해지는 ‘견도(犬圖), 조선 후기 화가 김두량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모견도’ 등 다양한 유물이 남아 있다. 또한, 인간에게 충성한 개를 기리는 의견설화나 의견비 의구총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698년 무술년에는 대조영의 발해건국, 1658년 조선 효종이 북벌운동에 매진한 해로 청의 요청으로 제2차 나선정벌이 있던 해이기도 하다. 1898년에는 흥선대원군이 서거했으며 청나라에서 캉유웨이가 주도한 무술변법이 좌절된 해이며 독립협회가 주관한 최초의 민중집회인 만민공동회를 개최된 해이기도 하다.

무술년 새해! 우리 모두는 새로운 삶의 시간을 맞아 만나는 사람들에게 모성애와 같은 넉넉함을 베풀어야 한다. 또한 활력 있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떨치고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현재를 살아야 한다. 진부한 말 같지만, 공자는 자신이 느끼는 화를 타인에게 전가하지 말고 한 번 잘못한 것은 두 번 되풀이하지 말아야 관계와 인연이 지속된다고 했다. 이는 자신을 비우고 이타심을 채울 수 있는 관대한 손을 서로 내밀 때 지속 가능한 사회가 구현된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첫 해돋이를 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부여잡고 언제나 긴장과 여유를 가지고 각자의 삶이 흐릿해지는 것을 경계할 수 있는 용기와 인내가 있는 삶을 껴안을 시간이다. 새해에는 감동과 열정이 있는 삶을 위하여 매일 자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지난 연말처럼 하면서 살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 아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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