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우 집걱정없는세상 대표
새해 첫날부터 ‘인공기’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일 단배식에서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 이번 선거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그런 선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장제원 대변인은 “한국당은 사회 곳곳에 만연한 장밋빛 대북관과 뿌리 깊은 안보 불감증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했다.

자유당이 ‘안보 불감증 자화상’이라 부르는 그림을 보았더니 한 초등학생이 그림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이다. 어린이 작가는 나무 밑동의 한쪽 가지에는 인공기, 반대쪽 가지에는 태극기를 그렸고 위쪽으로 나뭇잎을 무성하게 그렸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바람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홍 대표나 장 대변인의 말만 듣고 판단한다면 인공기를 찬양하고 북한을 동경하는 그림을 그렸을 거라고 추측하기 쉬울 것이다.

한국당이 ‘인공기 달력’을 쟁점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북한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일부 세력을 겨냥한 것이고 또 하나는 문재인 정부는 ‘친북세력’, 자신들은 ‘체제 수호세력’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 아닐까 싶다. ‘인공기 논란’은 홍 대표의 말에서도 확인되듯이 지방선거를 의식한 발언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자유당은 대다수 국민의 참여 속에 이루어진 촛불 항쟁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한국당과 그 전신 새누리당은 비정규직 문제, 주거 문제, 의료비 문제, 교육문제, 노후문제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아픔을 해결하는 데는 무능한 반면에 색깔 공세에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지난 촛불 정국은 더 이상 구태의연한 색깔 공세가 안 통한다는 걸 제대로 보여 주었다. ‘인공기 달력’은 한국당이 여전히 ‘손쉬운 정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걸 잘 드러내 준다. 한국당 당 대표가 한마디 하고 대변인이 운을 떼면 국민 대다수가 “맞다. 자유 대한민국이 무너지게 생겼구나”하고 두려움에 떠는 시대는 지나갔다.

한국당 홈피에 들어가 보았다. ‘신보수주의 선언’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네 가지다. 첫째는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이고 넷째는 ‘담대한 창조적 파괴와 혁신’이다. ‘인공기 쟁점화’는 첫 번째도 아니고 네 번째도 아니다. ‘다음 세대에 책임을 지기 위해 꺼낸 거라면 다음 세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행동이다. 미래세대가 자유롭게 그림 그리고 자유롭게 상상하고 자유롭게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각하는 틀까지 정해주려 하면 미래 세대에게 철저히 외면받게 된다. 한국당이 왜 20대, 30대에 인기가 없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공기 논란’이 ‘담대한 창조적 파괴와 혁신’을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낡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은 창조하는 게 혁신일 텐데 이번 인공기 논란은 기존의 질서에 집착하고 새로운 상상력과 창조적 사고를 봉쇄하는 행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국당은 자유민주주의를 유독 강조하는 정당이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는 사상·표현의 자유다. ‘인공기 논란’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동이다. 자신의 입론을 스스로 배척하는 행동을 하는 셈인데 그렇게 해서는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더욱이 한국당은 대선 홍보물에 인공기를 버젓이 등장시켰다. 1번과 3번 옆 칸에 인공기를 그려 넣었다. 2번 홍 후보 옆에는 태극기를 그려 넣었다. 물론 목적은 색깔 씌우기다. 대선 홍보물에 인공기 등장은 괜찮고 초등학생이 그림 한 켠에 태극기와 함께 인공기가 들어간 건 안보 불감증의 극치인가. 나는 걱정이다. 어린이 작가와 가족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정중한 사과를 바란다면 과욕일 게다.

담대한 혁신까지는 안 바란다. 작은 변화의 씨앗이라도 보여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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