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아기의 말랑한 뼈와 살을 통째로 안고

산후조리원 정문을 나온다 아직

아기의 호흡이 여자의 더운 숨에 그대로 붙어 있다

빈틈없는 둘 사이에 끼어든 사내가

검지로 아기의 손을 조심스럽게 건드려본다

아기의 잠든 손이 사내의 굵은 손가락을

가만히 움켜쥔다




감상) 가끔 더듬어본다. 내가 태어나던 날에 대해 아버지는 새벽 논을 한 바퀴 돌고 와 급하게 물을 끓였다 한다. 엄마는 왜 아프다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걸까, 아버지는 엄마가 아픈 줄도 몰랐다고 한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탯줄을 혼자 자르지 않아도 되었으니 그 질긴 걸 자르려고 어금니를 꽉 깨물지 않아도 되었으니. 그래서 그런가 나는 아직도 엄마 탯줄에 연결 돼 살고 있다는 느낌.(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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