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법대로 살자’. 71년 전 문경 희양산 봉암사 선방에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스님들이 모여 앉았다. 청담 성철 자운 향곡, 아직 법명이 알려지지 않았던 30~40대 젊은 선승들이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며 ‘공주규약(共住規約)’을 채택했다. 규약은 출가승이라면 지켜야 할 지극히 당연한 일들이었다.

“첫째, 부처의 계율과 조사의 유훈을 실행해 불법을 이루는 구경(究竟)의 결과를 빨리 이룰 것을 기약한다. 둘째, 어떠한 사상과 제도를 막론하고 부처와 조사의 가르침 이외 각자의 사견은 절대 배척한다. 셋째,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의 공급은 물 기르고, 땔나무 하고, 밭에 씨 뿌리며 탁발하는 등 어떠한 어려운 일도 사양하지 않는다. 넷째, 소작인의 세조(貰租)와 신도들의 특별한 보시에 의한 생활은 청산한다. 다섯째, 부처께 공양 올림은 열두 시를 지나지 않으며 아침은 죽으로 한다. 여섯째, 앉는 차례는 비구계 받은 순서로 한다. 일곱째, 방안에서는 늘 면벽좌선(面壁坐禪)하고 잡담을 금한다.…” 등의 구체적 실천 규약이다.

조선 시대 500년 동안 억불숭유의 고통을 견뎌낸 한국 불교였지만 일제 강점기 36년을 지나면서 수행과 실천에서 법통의 혼란이 극에 달한 때 ‘봉암사 결사’가 이뤄진 것이다. 신라 말 쇠락해 가는 불교를 살려낸 힘이 정치의 중심 경주에서 멀리 떨어진 구산선문(九山禪門)에서 솟아났듯이, 정치의 중심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의 깊은 산중 문경 봉암사에서 의지를 다진 젊은 선승들이 한국불교의 새 길을 연 것이다. 

이렇게 선 수행의 방향을 바로잡은 문경시 가은읍 희양산 봉암사가 참선으로 현대인의 심신을 치유하는 ‘세계 명상마을’을 짓는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착공해서 올해 안에 완공할 계획이다. 봉암사는 1년에 단 하루, 부처님 오신 날에만 일반인에게 산문을 여는 적통 선원이다. “밥은 죽지 않을 정도로만 먹고, 옷은 살이 보이지 않을 정도면 됐고, 공부는 밤을 새워서 하라”는 성철 스님의 가르침,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봉암 결사의 정신을 세계인들이 배울 도량이 마련되는 것이어서 기대가 크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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