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박사
한때 전 국민이 피라미드조직 다단계 판매 열풍에 빠져드는 시기가 있었다.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이 10여 개 피라미드 업체를 차려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거짓말로, 투자자 3만 명으로부터 4조 원을 사기 친 사건이 일어난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다. 오래된 사건이라 벌써 잊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은 엄청난 사건이었으며, 인간의 과욕이 불러온 비극이었다. 돈을 좇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정직하지 않고 노력 없이 얻고자 하는 헛된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의 허황된 욕심이며, 다단계 열풍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망상의 부작용이었다.

지폐나 동전과 달리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온라인의 ‘가상화폐’, 정확한 표현인 암호 화폐인 ‘비트코인’의 투기 광풍이 대단하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관련주가 급등하는 이유를, 경제 전문가들은 다양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근거와 논리는 빈약하다. 또한 자신들만의 주장으로 전망은 불투명하며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화폐는 돈이다. 우리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잠시도 우리 생활과 분리될 수 없다. 반드시 있어야 하며, 없어서는 안 되는, 즉 필수불가결한 경제의 기본적 수단이다.

기본적 상식에서 설명하는 화폐는 첫째, 가치의 수단이며, 둘째, 교환의 수단, 마지막으로 저장의 수단을 충족해야만 화폐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첫째, 가치의 수단은 상품의 가치는 화폐의 단위와 같다는 말로, 세종대왕이 그려진 만원 한 장과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은 가치가 같아야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만원으로 천 원짜리 물건을 산다든지, 거꾸로 만원으로 십만 원짜리 물건을 산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며 비례성이 다르다는 말이다. 둘째, 우리나라 돈은 한국은행이 발행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법으로 보증한다. 따라서 달러로도 환전할 수 있으며 유로화로도 교환할 수 있다. 돈의 가치는 국가의 경제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으며 지구 상 모든 국가의 화폐 발행의 배경은, 정부가 보증하는 신뢰성이 있어야 교환이 이루어지는, 이른바 불환화폐의 구조이다. 마지막으로 저장의 수단은 누구든 언제든 쉽게 저장하고 필요할 때 찾아 쓰는 돈의 저장방법이다. 물물교환의 불편한 상품거래에서 진화된 화폐의 거래가 돈을 금고에 저장하는 편리함을 가져왔고, 이후 은행을 매개체로 하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과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전자화폐 등이 새로운 저장기술로 자리 잡았다.

암호 화폐인 ‘비트코인’은 컴퓨터의 최소정보량인 비트가 만들어내는 가상으로, 실체가 없으며 발행주체가 불분명한 화폐이다. 앞에서 말한 화폐의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가장 중요한 법적 안정성과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여러 가지 불안함을 안고 있다. 암호 화폐가 화폐로의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란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비트코인’의 투기 광풍을 기술진보에 따른 4차 혁명시대에 혁신의 분야로 예측하며 많은 사람이 뛰어드는 이유는, 단순히 한정된 수량이라는 희소성에 초점이 맞혀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희소성은 금은보석과 달리 실체가 없다는 것에 함정이 있다. 그러므로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파동 소동과 같이 머지않아 거품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에 주목해야 하며, 투기 광풍에 대해 현명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투기와 투자는 엄연히 다르다. 어떤 일이든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무리가 없다. 비정상의 선상에서 항상 상식밖에 행동이 사건과 사고를 불러온다는 사실은 우리의 삶의 경험에서 학습하고 있다. 결국 ‘비트코인’ 광풍은 가상의 불로소득을 꿈꾸는 돈에 대한 욕심과 집착이 불러온 부작용으로 돈에 의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어리석은 행동일 수밖에 없다.

올해에만 약20 배의 상승을 불러오며 ‘비트코인’ 좀비를 양산하는 암호 화폐 투기광풍 소동이, 상식선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으며, 10년 전 ‘다단계 열풍’을 경험한 우리로서 그 후유증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오래전 금의 가치만큼이나 화폐로 맞교환하던 달러의 태환가치가 인정되던 그때가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듯이, 암호 화폐의 비정상적인 가치가 인정된다는 보장은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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