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이 내 세상’ 윤여정·문숙, ‘비밥바룰라’ 박인환·신구 등
장년·노년층 이야기 본격 풀어낸 영화는 드물어
17일 개봉하는 ‘그것만이 내 세상’에는 장년의 여배우가 여럿 나온다. 윤여정이 조하(이병헌)와 진태(박정민) 형제를 연결하고 보살피는 어머니 주인숙으로 출연한다. 도회적 이미지를 벗고 무한한 애정으로 형제를 감싸는 어머니를 연기했다. 최근 시사회에서 “나이 먹은 만큼 연기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비슷한 연령대에서 상업영화의 주연급 캐릭터를 맡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하나다.
고 이만희 감독의 ‘뮤즈’로 명성을 떨쳤던 배우 문숙도 피아니스트 가율(한지민)의 할머니 복자 역으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태양을 닮은 소녀’(1974), ‘삼포가는 길’(1975) 등 1970년대 중반 5편의 주연작을 남기고 미국으로 떠난 그는 2015년 ‘뷰티 인사이드’에 출연하며 38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의 윤여정과 문숙이 젊은 배우들을 뒷받침하는 역할이지만, 24일 개봉하는 ‘비밥바룰라’의 남자 배우 네 명은 노년의 삶을 코미디에 담아 이야기의 핵심으로 끌어들인다.
나이 지긋한 배우들의 활약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나문희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연기한 ‘아이 캔 스피크’로 연말 각종 영화상을 휩쓸었고 안방극장의 ‘국민 엄마’ 고두심은 ‘채비’로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했다. 백윤식이 천호진·성동일과 호흡을 맞춘 ‘반드시 잡는다’는 스릴러로서는 드물게 노익장을 앞세웠다.
‘비밥바룰라’를 제작한 영화사 김치의 정유동 대표는 “어르신들에게는 내 인생 얘기 같고, 젊은 관객은 자녀 입장에서 부모님을 볼 수 있는 영화로 기획했다”며 “과거에도 어르신들 위주의 영화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우울하고 슬픈 내용이어서 다른 연령층 관객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외면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