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새경북포럼 경주지역위원
인류사를 통하여 분쟁, 전쟁은 끊임없이 계속 존재해 왔다. 희소가치를 둘러싸고 대립, 투쟁한 것이 역사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인간의 속성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분쟁은 앞으로도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저항하면 지속되고, 바라보면 사라진다’는 말은 안보문제에서도 참고로 할 만한 말이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을 바로 볼 수 있어야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큰 위험이 있을 때는 그것을 바로 보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보는 우리의 눈에는 두려움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칫 잘못하다 전쟁에 말려들고 다시 옛날처럼 가난하게 되면 어쩌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이것이 잘못된 생각은 아니지만 이러한 두려움 때문에 문제의 본질을 잘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등산을 하다가 곰을 만났을 때도 무서워서 뒷걸음치는 사람을 곰이 공격한다고 한다. 맹수든 적이든 우리의 두려움을 약점으로 보고 이곳을 공격하게 되어 있다.

두려워하면 문제가 없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세상 이치는 오히려 그 반대이다.

로마의 전성기 때의 군사력은 요즘 미군처럼 세계 최강이었다.

이때는 로마 영토 안으로 이주해오는 야만족들은 로마인들에게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귀찮은 존재에 불과했다. 그러나 로마가 퇴폐향락에 젖어 정신력이 약해져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되자 야만족을 막지 못하고 돈을 주어 쫓아 보내게 된다. 그런데 쫓아 보내는데 들어가는 돈이 점점 많아지게 되었다. 마침내 비지고트의 왕 알라릭이 로마인 대표를 만났을 때 다음과 같은 억지를 부린다. “로마의 금은보석과 노예를 다 내어놓아라” 로마 대표가 기가 막혀 물었다. “그러면 우리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가?” 그러자 알라릭이 대답했다. “너희들의 목숨” 물론 로마인들은 가진 것을 모두 뺏기고 종국에는 목숨마저 보장받지 못하게 되었다.

안보문제를 바로 보지 않고 외면하거나 평화를 구걸하면 항상 위와 같은 처참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안보 문제는 요행으로 해결될 수도 없고 누가 대신 해결해 줄 수도 없는 것이다.

한계상황에 처했을 때는 전에는 감히 생각할 수 없던 것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전에는 감히 할 수 없던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의 일촉즉발의 안보문제도 일종의 한계상황이다. 백척간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한 걸음 더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최근 북한 핵과 미사일 위기를 계기로 우리의 의식도 한 단계 발전해야 한다.

무술의 고수들은 한결같이 자기가 먼저 남을 괴롭히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코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누구도 이 사람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도 평화를 사랑하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쟁도 두려워하지 않는 의연한 정신 자세를 확립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상황에 따라 천변만화의 전력을 구사할 수 있게 되고 이때 상대는 공격할 곳을 찾지 못할 것이다.

영국 속담에 ‘최선을 기대하되 최악을 준비하라’는 말이 있다. 안보는 많은 사람의 운명이 결려 있기 때문에 만분의 일의 가능성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결국, 평화 사랑도 힘과 지혜가 있을 때 온전해진다.

힘과 지혜까지 갖출 때 비로소 평화를 누릴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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