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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대 변호사
지난해 말 권영진 대구시장은 재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권의 꿈을 갖지 않는 시장은 대구의 불행이다. 재선 시장은 대선 도전이 의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자신을 재선 후 대권에 도전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나는 권 시장의 황당한 재선 출마의 변(辯)에 대해 신문에 “박원순 시장이나 안희정 지사는 시장이나 도지사로 역할을 다해서 대선후보 물망에 올랐다. 권 시장이 대권 후보로 나서기를 원했다면 ‘대권후보로 나설 터니 재선을 시켜 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지난 4년간 대구를 위해 더 나은 변화의 결과를 보여주었어야 했다.”고 썼다. 그 글이 나오자 아는 분들뿐만 아니라 모르는 분들로부터도 할 말을 해줘서 속이 시원하다는 말을 들었다. 

대통령이나 시장 또는 도지사 등 국가의 리더는 공직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 이들은 민주적인 선거에 의해 다수표를 얻어 선출된다. 그러나 그는 얻은 표만큼의 대표성을 갖는 것은 아니라 전체를 대표한다. 그는 전체를 대표해서 또한 전체를 위해서 공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가 자신의 편에 섰던 사람들만 챙긴다면 이는 그에게 반대했던 사람들이 그를 대표로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가 된다. 자신의 편만 배려하고 자신의 편만 자리에 앉히고 선거에서 자신을 반대한 사람들을 도외시하고 배척한다면 스스로 전체의 대표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낙제점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운 것 같다. 

선출 공직자의 지위는 대표권을 위임받은 것에 불과하다. 자리와 자신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대통령이나 시장 또는 도지사라는 직책을 위해 있는 것이지 대통령이나 시장 또는 도지사라는 자리가 자신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대통령이나 시장이나 도지사가 중요한 정책과 관련하여 방송 등의 언론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연예인처럼 홍보용 이미지로서 자주 나오게 되면 그가 결국 세트장에 놓인 배우처럼 행동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주는 이미지가 마치 배우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국가 리더는 이미지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진정으로 헌신적이어야 한다. 임기 동안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기적인 미래와 구성원 전체의 복지를 머릿속에 넣고 정책의 선택과 결정과 집행에 온 힘을 기울이고 더 나은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예산과 권한을 가지고도 현상유지에 그치거나 더 나빠진다면 자리에 연연해 할 것이 아니라 물러나야 할 것이다. 

이 나라는 대통령은 물론 지자체장이나 공적인 기관단체장, 심지어 재건축조합장까지 자리를 차지하면 금전 비리에 휩쓸리기 십상이다. 더구나 내부자나 후임자가 비리를 드러내지 않는 한 비리가 사실상 드러나기 어렵다. 국민은 애써 번 돈을 세금으로 낸다. 국민의 돈이 눈먼 돈처럼 마음대로 쓰이고 나눠져서는 안 된다. 선출 공직자는 무엇보다 국민의 돈을 소중하고 청렴하게 다뤄야 한다.

더불어 투명하고 공정한 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나 지자체나 공적 기관의 수장들이 돈을 적정하게 쓰는지,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거나 외부와 결탁하여 유용하지 않는지 면밀하게 예산 집행을 검사할 수 있는 독립적인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이 우리에게 급선무라고 할 것이다. 
윤정대 변호사
서선미 기자 meeyane@kyongbuk.com

인터넷경북일보 속보 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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