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장구리 한 야산을 지나는 휘발유 송유관에서 불기둥이 솟는 모습. 불기둥은 한때 15m 높이까지 치솟았으며 송유관 안의 휘발유 양이 줄면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연합
전북 완주군 야산에서 송유관 기름을 훔치려다 불을 낸 용의자 2명이 대구에서 붙잡혔다. 대구 경찰의 기지가 큰 도움을 줬다.

8일 완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2시 57분께 완주군 봉동읍 장구리 한 야산에서 A씨(63)와 B씨(61)등은 삽으로 1.5m 깊이의 땅을 파낸 뒤 드릴로 지름 45㎜의 송유관을 뚫으려다 불을 냈다. 송유관에서 분출된 기름 4천500ℓ가량에 불이 붙어 당시 불기둥이 30m 높이까지 치솟았다.

불이 나자 전신화상을 입은 A씨와 B씨는 차량을 몰고 대구로 도주해 이날 오전 5시께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고, 4시간 뒤인 오전 9시 10분께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겨졌다.

화상전문병원 측은 “환자 2명이 입원했는데, A씨의 이름과 거주지가 대구 달서구 인근이라는 사실밖에 몰라서 보호자와 연락할 수 없다”면서 달서경찰서 112 종합상황실에 알렸다.

경찰은 곧바로 A씨의 정확한 주소를 찾아내 A씨 친누나와 연락을 할 수 있었고, A씨 배우자로부터 “병원 차트에 남편이 자살로 돼 있는데, 자살할 사람이 아니다”는 말과 더불어 “남편이 예전에 송유관 공사 관련 일을 했다”는 답을 얻었다.

112 상황실 이창현 경위는 마침 TV 뉴스를 통해 완주 송유관 화재 사건을 보고 있었고, 직감적으로 송유관 절도 용의자로 확신했다. 이날 오후 1시 20분께 완주서로 연락했고, 완주서는 사건을 넘겨받아 공범 2명을 쫓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A씨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이고, B씨는 중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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