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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연일 경안신학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시인
경주와 포항 지진을 통해 필로티(1층을 벽면 없이 하중을 견디는 기둥만 설치한 개방형 형태) 구조의 건물이 지진에 취약하다는 것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필로티 건물은 기둥만 있고 벽체가 없다 보니 지진 충격이 고스란히 기둥으로 전해져 상대적으로 붕괴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필로티 구조의 건물이 지진뿐만 아니라 화재에도 취약해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얼마 전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가 큰 피해를 낸 이유 중의 하나를 많은 전문가는 필로티 구조 건물 때문으로 보고 있다. 즉 필로티 구조 건물은 1층을 주차장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주차된 차량으로 불이 옮아 붙으면서 불길이 더 커지고 유독가스가 건물 내부로 더 빠르게 유입되어 피해가 상대적으로 훨씬 더 커진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자체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이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 같아 필로티 구조 건물에 사는 주민들은 적지 않은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건물주들은 필로티 구조가 좁은 공간에 법적 허용 기준에 맞게 주차장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공이 편하고 비용마저 상대적으로 저렴해 이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쨌든 앞으로 필로티 건물을 지을 때는 면적별로 일정 개수 이상의 비상계단을 설치하고, 1층 천장과 외장재를 불연재로 만드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며, 또한 소방시설법과 함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소방시설법에는 지상 6층 이상, 총면적 5,000㎡ 이상에만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돼 있으나, 현재 필로티 건물은 4층 이하가 대부분이라 소방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곳이 많다.

또한, 우리나라는 2017년 내진 설계 5차 개정을 통해 2층 이상 또는 총면적 500㎡, 높이 13m 이상인 모든 건축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했지만, 국토교통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국내 건축물의 내진 설계 비율은 고작 6.8%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리고 지진 발생 시 피해 규모가 클 학교 건물의 경우에도 내진 설계 비율은 25%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기존에 지어진 저층 건물에는 내진 보강이 절대 필요하며, 신축 건물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리라 본다. 관계 당국은 ‘사후(死後) 약 방문’하지 말고 필로티 구조의 건물에 대해 더욱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 주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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