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제 불감’ 고려 14세기 말, 높이 13.5cm, 너비 13.0cm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불감(佛龕)을 (사)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 친구들(YFM·(사)국립중앙박물관회의 차세대 리더 그룹으로,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젊은 경영인들이 중심이 되어 2008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문화 후원 친목 모임)로부터 기증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 후원 단체인 사단법인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 친구들은 2017년 모금을 하여 일본에 있던 ‘고려 불감’을 구입하고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이하는 2018년에 기증했다. (사)국립중앙박물관회의 문화재 기증은 이번이 10번째로, 지금까지 고려 나전경함, 간다라불상, 비슈누상, 미투라상 등을 기증했다.

이번에 기증된 ‘고려 불감’은 휴대용 불감으로 사찰 이외의 장소에서 예불을 돕는 기능을 하며 탑을 세울 때 안에 봉안되기도 했다. 이러한 소형 금속제 불감은 고려 말 조선 초에 집중적으로 제작됐으며, 현재 15여 점이 전한다. 소형 불감은 상자 형태에 지붕 모양 뚜껑이 있는 전각형과 지붕이 없는 상자형으로 구분되며 후자가 사례가 적다. 이 고려 불감은 희소한 상자형 불감이며, 고려 14세기 말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돼 가치가 높다.

이 고려 불감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불감 내부의 석가여래 설법 장면을 타출 기법으로 제작한 부조 장식이다. 금강역사상이 새겨진 문을 열면, 중앙에 석가여래가 있고, 좌우의 협시보살, 10대 제자와 팔부중(八部衆·불법을 수호하는 여덟 신)이 있는 여래설법도(如來說法圖)가 새겨진 얇은 금속판이 덧대어 있다. 고려시대 불감 중 유일하게 팔부중이 등장하는 여래설법도로서, 조선 후기에 유행한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의 시원으로 볼 수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불감과 함께 전래된 관음보살상은 이 시기에 제작된 원·명대 불상 영향을 받은 소형 금동상과 양식적으로 상통하는 요소가 많다. 불감 내부의 고정 장치와 보살상의 크기를 보았을 때, 원래는 2구의 상(像)이 불감 안에 안치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불감’성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불감의 뚜껑, 앞면, 뒷면과 문(門)이 순동으로 제작됐음을 확인했다. 반면 보살상은 재질이 은이며, 금으로 도금해 제작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은제도금 관음보살상’, 전체 높이 8.0cm, 기단 너비 5.2cm
‘고려 불감’은 형태가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어서 고려시대부터 등장하는 금속제 불감의 전개 양상을 살펴 볼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기증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리건판 사진만으로 전해져 오다가 이번 국립중앙박물관회의 노력으로 국내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는 점이다.

이 불감은 일제강점기 대구의 병원장으로 고미술 수장가였던 이치다 지로(市田次郞)가 소장한 후 광복 이후 그의 가족이 일본으로 가져갔고 약 30년 전에 고미술상이 구입해 가지고 있었다.

불감은 축소된 불전(佛殿)으로 볼 수 있으므로 ‘고려 불감’이 향후 고려 말 불교미술 양상, 금속공예 기술과 함께 건축 양식을 연구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불감을 9일 기증식에서 언론에 처음 공개하며, 이후 12월에 개최하는 특별전 ‘대고려전’(2018.12.4~2019.3.3)에 전시할 예정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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